한국일보

봄의 단상

2004-04-04 (일)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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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희 / 워싱턴여류수필가협회 >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도 지나고, 이제는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향이 온누리에 넘쳐난다. 창 밖을 내다보니 이제 막 멍울을 터뜨린 꽃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수, 경칩, 춘분으로 이어지는 봄의 절기에는 하늘빛이 다르고 스치는 바람결이 한결 다르게 느껴진다. 이제는 곱게 핀 노오란 개나리, 벚꽃 또한 이름 없는 들꽃 한송이 까지 아름답게 보이고, 나무 한 그루에서도 삶의 지혜를 찾을 수 있는 은혜가 살아갈수록 감사하게 느껴진다.
생명체에서 자연은 어머니와 같은 원초적인 고향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한 두 번 겪는 봄이 아닌데도 봄은 여전히 새롭고 설레인다. 봄이 죽음에서 부활하는 생명의 기쁨을 달고 있는 계절의 까닭 때문일까. 기나긴 겨울을 무사히 보내고 이제 어깨를 활짝펼 수 있는 봄날이 온 것이 참으로 살아있구나, 건강하게 살아있구나 하는 마음이 실감이 든다.
모든 사물이 자기의 근원을 생각하고 제 모습으로 돌아오듯이 봄도 제자리로 온 것이다. 어쩌면 우리 삶도 시련과 역경을 견딜 수 있을 만큼 지내듯이 삶의 희망을 찾으며 봄을 만끽한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을 배우고, 깨닫지 않으면 삶의 발전이 없다고 한다.
봄은 소리 없이 온다. 자연의 이치 속에 삶의 이치도 들어있는 것이다. 머리도 쓰면 쓸수록 기억력이 좋아지듯이,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도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 우리의 생각과 에너지를 어떻게 잘 흐르게 할 수 있는가 를 늘 마음 속에 품고 사는 삶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든다.
인간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그래서 흘러가는 세월 속에 아옹다옹 자신과의 싸움보다, 이제는 모든 것을 우주적인 자연과 하늘에 신비에 맡기고, 주어진 환경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보람된 삶이 아닌가 새봄을 맞으며 생각해본다.
shpyu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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