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 사람의 주말나기 암투병기금 모금 ‘3종경기’참가하는 이후정씨

2004-03-26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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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의 아픔’에 작은 보탬 되고파

이후정(34, 큐레이터)씨를 처음 소개 받고 나서 그녀가 3종 철인 경기에 참가한 철인임을 짐작하기란 쉽지 않았다.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처럼 가녀린 몸의 여자가 남자들도 하기 어렵다는 3종 철인 경기를 두 차례나 참가했다니, 사람 외모만 갖고 평가할 일 아니라는 말 하나도 틀린 게 없다.
그녀가 스파르타의 무사들이나 할 법한 3종 철인 경기를 하게 된 데는 남 다른 사연이 있다. 건강한 줄만 알았던 어머니가 갑작스럽게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 후 항암 치료를 받는 어머니의 고통을 곁에서 지켜본 그녀는 암 환자들의 아픔을 바로 자신의 아픔으로 여기게 됐다. 그 즈음 유방암 환자들을 인터뷰하는 오프라 윈프리 쇼를 시청하면서 그녀의 연민은 더욱 깊어만 갔다.
유방암을 비롯한 암 환자들의 힘겨운 투병에 건강한 내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이런 바람을 갖고 있던 그녀의 눈에 팀 인 트레이닝(Team in Training)이라는 단체가 들어왔다. 불치의 암 환자 케어 센터이자 암 치료 연구 기관인 루키미아 림포마 소사이어티(Leukemia Lymphoma Society)를 위해 그녀를 비롯한 팀 인 트레이닝 회원들은 3종 철인 경기의 참가로 기금을 모금한다.
첫 대회 참가는 작년 6월 하와미 마우이에서였다. 쪽빛 하와이의 바다를 헤엄치며 아름다운 자연을 벗삼아 자전거를 타고 달리느라 힘든 줄도 몰랐다. 9월에는 북가주 퍼시픽그로브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해 바다 수영 0.9마일, 자전거 25마일, 달리기 6.2마일의 코스를 모두 완주했다.
달리기만으로도 힘든데 뜀박질에 수영에 자전거까지 타려니 왜 안 힘들겠는가. 하지만 바로 엄마처럼 암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완치를 위해 뛴다는 긍지는 포기하고픈 나약함을 채찍질한다.
일주일에 두 차례 모여 함께 연습하는 팀의 공동체 의식 역시 강인한 정신력을 북돋아준다. 코치와 멘투어 또한 게으름 피우고 싶어하는 육체에 건강한 긴장을 부여한다.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그녀는 팀 인 트레이닝 회원들과 함께 USC 수영장에 모여 수영 연습을 한다. 토요일 오전에는 가까이 그리피스 공원에서 달리기와 자전거를 연습한다. 그 외의 날들은 매일 트레이닝 스케줄에 따라 개별 운동. 아무리 운동을 적게 하는 날도 4-5마일 정도는 꼭 뛰며 체력을 다진다.
작년 두 번의 대회 참여로 그녀는 약 6,000여 달러의 기금을 모금했다. 올해 6월 마우이에서의 3종 철인 경기 대회를 앞둔 그녀는 오는 4월 18일(일) ‘High Tea & Art Auction’을 마련할 계획이다.
갤러리 큐레이터인 그녀의 아티스트 친구들은 선뜻 자신들의 작품을 기증해주었고 레스토랑과 와인샵에서는 먹거리를 제공해주었다. 그림, 와인, 티를 경매 구입함으로써 그녀와 함께 백혈병, 림포마 등 불치병 퇴치에 동참하고픈 이들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행사는 4월18일 오후 3-6시 Budha Lounge(9013 Melrose Ave. Los Angeles, CA 90069), (310) 273-6935

<박지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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