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시각> 명문고냐 학점이냐?

2004-03-2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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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종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로웰고등학교는 미시시피강 서부지역내 공립고등학교중 최고의 명문으로 꼽힌다.
1851년 설립된 로웰고는 148년의 역사 속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2명이나 배출했다. 휴렛패커드사의 공동창업자인 윌리엄 휴렛과 갭의 창업자인 도날드 피셔 등도 모두 로웰고 졸업생들이다.
거의 모든 공립학교가 시험 없이 신입생을 자동으로 배정받는 것에 비해 로웰고는 중학교 7학년 및 8학년 성적과 CBEST 테스트 결과 등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다.

로웰고에 합격한다는 것은 과거 한국의 경기고등학교처럼 수재를 뜻하는 것이라고 한 학부모는 자부심을 나타냈다.
이같은 로웰고에 한인학생들이 줄어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인종별 쿼터가 폐지되면서 중국계 학생이 크게 늘었다는 것이지만 로웰에 합격하고도 등록을 포기하는 한인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이 또 다른 원인이 되고 있다.


합격하고도 로웰고 진학을 포기한 학생과 학부모의 이유는 A학점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 미국 대부분의 대학은 고교 내신성적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그 다음으로 SAT 테스트 결과와 에세이, 그리고 과외활동 등 다양한 변수를 평가해 신입생을 뽑고 있다.
워낙 수재들이 모이다보니 로웰고에서 A학점을 받는 것은 일반 고교에서 A학점을 받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 교사와 학부모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같은 이유로 입학을 꺼리는 학생이 늘자 불똥은 로웰고의 한국어반으로 튀고 있다. 한국어를 선택하는 학생의 절대 숫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한류’(韓流) 열풍을 타고 한국어를 배우려는 중국계 학생들이 늘어나 한국어반은 그런대로 유지되고 있다.
우수한 학교에서 사춘기를 보내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는 로웰고 학부모. 명문대 진학에 도움이 되는 학교를 선택해야 한다고 합격증을 뿌리치고 진로를 바꾼 학부모. 대립되는 의견 속에 한국어반이 아무런 지장이 없기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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