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모의 장례
2004-03-23 (화) 12:00:00
김병덕 <주부>
계절이 바뀌고 햇볕이 좋을 때면 오랜 병중에 계시던 분들이 본향으로 떠나시는 경우를 보게 된다. 하얀 국화로 가득 찬 식장 안이 음식 대접과 술, 담배, 화투치기로 북새통을 이루는 한국의 장례식장과는 전혀 다른 이곳은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들과 사랑을 묶어 보내는 예식이 아름다워 떠나는 것이 잠시 이별 이라는 생각과 함께 조문객들에게는 슬픔 이상의 귀한 시간이 된다.
오래 전 부잣집 외동딸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아온 친구의 아버님 장례식은 형제 없는 외로움이 무엇인지 절실히 느끼게 해주었다. 병원 전체가 하얀 꽃으로 가득 찼고 셀 수 없이 많은 조문객들이 줄을 섰는데 인사를 받는 상주는 내 친구와 엄마 뿐 이였다. 그 많은 사람 가운데 친구의 우는 모습이 어찌나 애처로워 보이는지 위로의 말 한마디 제대로 건네지 못했던 나는 절대 일찍 죽지 말고 아들이 손주를 볼 만큼 오래 살아야 겠다고 결심을 했었다. 어찌 목숨이 맘대로 되겠냐 만은 늦게 낳은 아들이 혼자라서 외롭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때 마다 장례식 때 울음에 지쳐 있던 친구의 안쓰러운 모습이 떠올랐다. 유난히 다정다감한 성격으로 늘 외로움에 헐떡이던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혼자였다는 사실을 아주 잊어버릴 때 까지 오래 살고 싶은 것이 아이를 위한 나의 간절한 바람이다.
평소에 아끼던 옷을 입고 누워 가까운 이웃들이 사랑으로 가슴에 얹어 주는 꽃과 함께 본향에 가는 이곳에서 아들과 며느리, 손주들에게 나의 장례식이 슬픔이 되지않게 해주어야지. 이런 생각들을 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언제 다가올지 모를 때를 준비 시키는 마음으로 아들에게 장난처럼 나의 장례식 이야기를 하곤 한다. 엄마를 기억하면서 이야기 할 때는 엄마가 얼마나 하나님을 사랑하며 그 사랑을 나누려고 애썼는지를 이야기 해야 돼. (그런데 너는 정말 엄마를 어떻게 생각하니?) 관이 땅에 내려갈 때는 흙 한줌 대신 꽃을 뿌려주고 다 내려 갈 때까지 엄마가 좋아하던 곡들을 불어서 주변이 온통 꽃 향기와 음악으로 울려 퍼지게 해다오. 하나님의 은혜로 살면서 행복했던 나의 평생을 기억하며 부르는 너의 트럼펫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거야. 그러고 나면 아이는 싫은 내색도 없이 천연덕스럽게 트럼펫을 불어준다.
이런 일이 아~주 먼 훗날에 있기를 바라지만 불현듯 눈물이 나도록 슬퍼지는 마음은 무엇인지. 아무리 장난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펄펄 뛰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불고 있는 아들에 대한 섭섭함일까? 괜한 일을 시켜놓곤 마음이 싱숭생숭하며 슬퍼지지만 아들이 불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난 정말로 새처럼 훨훨 나르는 내 영혼의 자유 함을 느낀다. 어느 좋은 그 날 아침에 난 가리라. 사랑 기쁨 넘치는 그 곳에 난 가리라. 자유 찾은 기쁜 새처럼 난 가리라. 주가 예비하신 그곳에 난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