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새로운 역사는 시작되고 있다

2004-03-17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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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일청산 특별법 국회통과를 보고-

임창현 <시인.문학평론가>

1. 대한민국, 그 전 주소와 현주소

제하의 테제에서 우리들의 아니무스를 자극하는 역사의식은 <민족>이란 전통개념과 <문화>라는 정신개념이며, 그것은 연이어 <문화민족>이란 긍지의 민족적 자존과 그 정기의 근본에 잇닿아있다. 단일민족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우리민족은 단 한 번도 남의 나라를 침략해 본 일이 없는 숭엄한 평화지향민족이었다. 그러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주변 열강의 이해관계에 비추어 볼 때 19세기 후반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 간의 흥정과 타협, 이권의 대상이었음이 사실이다.
동(東)에서는 일본이 조선을 청국으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는 교언영색으로 접근하면서, 안으로는 한반도를 자국의 안전에 필수불가결한 지역으로 간주하고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 내심으로는 침략의 발판을 삼았다. 서(西)쪽에서는 어쨌는가. 중국(청)은 임오군란(1882년) 이후 조선에 진주한 청국 군대를 배경으로 조선의 외교와 국내정치에 개입했고, 남(南)에서는 영국이 한반도를 러시아의 남하를 막는 완충지대로 여겨 러시아주동함대에 대비하기 위해 거문도를 불법점령(1885년)한다. 그러면 북(北)쪽으로는 또 어땠는가. 제정 러시아가 부동항(不凍港)을 찾아 만주와 한반도에 접근해 왔다. 뿐만 아니다. 프랑스는 가톨릭 포교를 내심에 두었고, 미국은 조선의 위기 때 중재자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한반도에 무관심했다.
이처럼 조국의 전 주소(前 住所)는 일본의 야욕, 청의 야수, 프랑스, 러시아의 남진정책, 미국의 무관심 등 주변열강들의 끈임 없는 이용경쟁대상이었을 뿐이었다. 비극적 위치의 존재였다. 이 같은 국토의 지정학적 요새로서의 위치는 외세와 침략에 중단 없이 시달려왔고, 급기야는 일제강점하의 한일합방이라는 치욕적인 식민지를 경험했으며 해방을 맞았다고는 하나 강대국에 의해 민족분단을 맞는다. 이 같은 침략에 의한 일제의 민족정기말살정책과 남북분단은 통일을 가로막는 비극적 현실이 되었다. 이것이 조국 대한민국의 전 주소와 현주소다. <계속>

글 순서 2.역사의 시작과 회생대상
3.그러면 새로 쓰는 역사는 시작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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