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스포츠 포커스> 스테로이드 무엇이 문제?

2004-03-12 (금) 12:00:00
크게 작게
이정훈 기자

스포츠계가 스테로이드로 흔들리고 있다.
배리 반즈를 비롯 게리 셰필드, 제이슨 지암비등 메이저리그의 내놔라하는 거포들이 줄줄이 발코(BALCO 스캔들)에 연루, 부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스테로이드 추방을 외치고 있는 등 스테로이드 문제가 사뭇 심각하다.
스포츠 계에서 약물이 문제된 것은 새삼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수들이 순수한 스포츠 정신을 망각하고 코케인등 환각제를 이용, 팬들의 눈속임을 해온 것은 흔히 있어왔고, 팬들과 스포츠 계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중징계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스포츠가 약물과 전혀 무관할 수 만은 없다는 것이 문제.
풋볼 경기 등에서 부상으로 시달리는 선수들이 진통제 등을 맞아가면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수없이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과연 약물의 힘을 이용해서라도 경기를 강해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한다면 또한 할말이 없는 것이 약물과 스포츠와의 상관관계이다. 현대 스포츠가 약물과 전혀 무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이상(理想) 일뿐이다. 만약 인체에 무해한 스테로이드가 발명됐을 경우 선수가 이것을 복용해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의 문제가 제기된다면 또다시 혼동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만약 스테로이드가 허용된다면 순수한 스포츠 정신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러나 스테로이드가 코케인이나 마리화나같은 환각이나 중독의 요소가 없는 것이라면 특별히 규제할 이유가 없는 것이 또한 딜레마이다.
스테로이드는 근육을 강화시키며 야구에서의 배트 스피드 증가등 성적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테로이드 없이 성적을 올린 것과 스테로이드 복용으로 성적을 올린 것과는 약 먹고 달걀을 낳느냐, 아니냐의 차이와 같다.
팬들의 입장에선 약 먹고 낳은 달걀을 모르고 먹었을 때는 문제가 없었으나 알고 나니 먹을 수 없겠다는 입장이다. 스테로이드는 이제 영양제가 아닌 마약으로 보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어지고 있다. 언론이 부정적인 쪽으로만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테로이드 복용을 선수들의 정신상태 측면으로 보기 보다는 스테로이드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발코 스캔들에 휘말려 있는 배리 반즈는 지난 3년 연속 MVP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러나 배리 반즈는 약물문제가 불거지지 않았던 92년과 93년에도 연속 MVP를 수상한 바 있다. 반즈나 기타 약물복용의 의혹을 사고 있는 선수들이 언론이나 여론의 집중 폭격에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당연하다.
특히 미주류 사회는 마크 머과이어의 경우에는 침묵하다가도 흑인인 배리 반즈가 스테로이드 스캔들에 휩싸이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스테로이드 문제를 주류사회의 인종차별적 견해로 몰고 가는 것은 지나친 편견일 수 도 있겠으나 ‘약을 했느냐 안 했느냐’ 책임추궁보다는 사건을 보다 건전한 방향으로 몰고 가야 한다.

다수건 소수건 스테로이드가 이미 선수들 사이에서 만연되어버린 지금 몇몇 특정 선수들만 코너로 몰고 가는 것은 과거 배리 반즈를 독불장군취급하며 부정적으로 몰고 갔던 것과 마찬가지로 튀는 것을 보지 못하는 대중의 편협한 의식 때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BALCO 스캔들이 잠잠해진다해도 제 2, 제 3의 스테로이드는 계속해서 출연할 것이다. 팬들이나 스포츠 협회는 특정 선수들의 책임추궁보다는 계몽과 설득으로 건전한 약물 풍토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