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도보다는 운영의 묘
2004-03-08 (월) 12:00:00
장래준(취재부차장)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선거가 존 케리 상원의원의 승리로 6주만에 쉽게 승부가 났다. 캘리포니아와 뉴욕이 포함된 이른바 슈퍼 화요일 예비선거서 참패한 다음날인 지난 3일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이 “나의 친구 케리 상원의원은 대통령에 필요한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제부터 그를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자신의 대통령 꿈을 접는 연설을 하면서 예
비선거가 일찌감치 끝난 것이다.
이번 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거는 최종 승자인 케리 상원의원은 물론이고 사퇴한 하워드 딘 전 버몬트 주지사, 에드워즈 상원의원 모두가 ‘나아갈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진정한 승부사였고 언론들도 모두를 ‘아름다운 승자와 패자’로 묘사했다.
딘 전 버몬트 주지사는 지난 2월 위스콘신 프라이머리에서 18%의 지지에 그쳐 3위로 밀리자 “우리의 목표는 부시를 백악관에서 몰아내는 것인 만큼 앞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결정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먼저 사퇴했다.
지난해 이라크전 반전 여론과 함께 네티즌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한때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선거 초반 열세를 깨닫자 미련 없이 물러난 것.
이어 무명에 가까운 초선 상원의원이었지만 51세의 젊음과 매력적인 외모, 노동자 아버지를 둔 서민가정 출신이라는 배경 등을 업고 첫 경선지였던 아이오와주에서 2위를 차지하며 돌풍을 일으켰던 에드워즈 상원의원도 슈퍼화요일서 패배하자 시원스럽게 케리 후보의 후원자를 자청했다. 패자는 당의 단결을 위해 일찍 자리를 비켜준다는 선거 전통에 따른 것이다.
사실 간접선거 방식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승자가 주별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방식 때문에 어떤 경우 총 유권자 득표수와 선거인단 획득수가 서로 다른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조지 W. 부시 현 대통령과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에서는 재검표까지 가는 파문이 일어나기도 했다. 또 예비선거에서 기선을 잡지 못하면 최종 후보가 되기 어렵다. 주별 예비선거가 잇따르기 때문에 초반에 밀릴 경우 대세를 뒤엎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하지만 어떤 정치인도 유권자도 미국의 선거가 불공정하다고 하진 않는다. 제도를 문제 삼기보다는 제도에 승복하면서 운영의 묘를 살리는데 그 장점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선거 풍토는 한인사회도 한국도 본 받을 점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