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창> 미인, 권하는 사회
2004-03-04 (목) 12:00:00
김현희<주부>
전설 속에 미인에 대한 묘사는 황당할 때가 많다. 믿거나 말거나 중국의 대표미인 ‘서시’가 민가에서 궁중으로 보내질 때 이런 일이 있었단다. 가마에 태워져 궁중까지 들어온 서시가 드디어 가마에서 내리는 순간 궁궐의 보초를 서던 병사하나가 기절했다고 한다. 이유는? 너무 예뻐서였다. 이렇게 궁에 입성한 서시가 나라를 위태롭게 만든 경국지색의 면모를 유감 없이 발휘한 건 물론이거니와 서시가 자주 찡그리는 표정을 지었는데 그것 마져도 아름다워 흉내내는 여인네가 하나둘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한 일화가 되었다. 어디 서시뿐이랴, 당 현종의 총애를 받은 ‘잘 기른 딸 하나가 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표어를 직접 몸소 실천한 ‘양귀비’(오빠 열 명을 나라의 중신으로 등용케 했다고 한다), 왕을 주지육림에 빠트려 나라를 말아먹은 ‘달기’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 미인들이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떤 미인은 바람불면 날아갈 정도로 날씬해서 걸을 때 항상 두 명의 시녀가 양손을 붙잡고 걸어야 했다고 한다. 왕이 이 날씬한 미인을 좋아했던지 그 여자처럼 되려는 많은 후궁들이 날씬해지려다가 굶어죽었다는 슬픈(?)야사도 있다.
이렇듯 미인들의 이야기는 재밌기도 하지만 꼭 나중에 가서는 슬픈 이야기를 하나씩 덧붙인다. 우리나라 ‘도미부인’이야기도 그렇고, ‘수로부인’은 예쁜 죄로 멀쩡히 가다가 동해 용왕한테 끌려가지를 않나, 삼국지에 나오는 ‘미녀 초선’도 미인계로 나라는 구했을지 모르지만 그녀 개인적 삶이 순탄했던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미모가 파워로도 작용하지만 그에 걸맞은 지혜나 역량이 갖추어지지 못하면 주위 사람들에 의해 휘둘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는 성형왕국이 되었다고 한다. 압구정에만 수백 개의 성형외과가 밤낮 없이 미인이 되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붐빈 다고 한다. 매스미디어는 여자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미인이 되라고 부추기고, 미인만 되면 인생이 행복해질 거라는 환상을 심어주고 있다. 미인이 되면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까? 그건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럼에도 미인,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오늘도 성형외과를 향하고 있을 그 누군가의 발걸음이 안타까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