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순<주부>
지혜 문학을 가르치시던 노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고향 이야기 한 토막이 있다.
평양 지나서 용강부근에 김진사댁이 있는데 그 집 머슴의 이름이 승행복이라고 한다. 그 머슴의 별명은 ‘올꾼’이다. 올꾼이란 전후 좌우를 살필 줄 모르고 질주 한다는 뜻이다. 어느날, 김진사께서 머슴에게 “아침 먹고 용강읍에 좀 다녀오너라” 고 했는데 벌써 떠났더라. 서찰도 없이 왕복 100리 길을. 저녁나절에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온 머슴은 심술이 났다. 주인이 노망이 들었다고 노자도 없이 용강읍에 다녀오라고 해서 점심도 굶어 가며 용강군청 앞마당을 밟고 돌아왔노라고…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런 저런 하고 혀를 찼지만 나는 내 인생의 주인 되시는 분의 일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본다. 사람은 누구나 삶의 목적과 사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하릴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찰이 든 사명 보따리를 지고 가면 비록 머슴이어도 보람이 있다. 주인이 여비를 줄 터이니 짚세기도 갈아 신고 점심도 먹고 쉬어가면서 참외도 사먹고… 우리도 혹시 바쁜 이민 생활을 살아가는 어간에 앞뒤 분별을 못하고 질주하는 올꾼이를 닮아가고 있지는 않는지…
성경에는 승행복이의 사촌 누이쯤 되는 사단이 있다. 어느날, 하나님께서 사단에게 “네가 어디서 왔느냐?” 물으시자, 사단은 “땅에 두루 돌아 여기저기 다녔나이다” 라고 하였다. 사명이나 목적 없이 이리저리 두루 도는 걸음은 얼마나 무모하고 허무한 일 일까?
나는 사춘기 시절에 교회에서 성령을 체험하는 놀라운 은혜를 받고 하나님이 내게 주신 심부름 보따리의 내용을 알게 되었다. 그 서찰의 내용은 ‘그리스도의 흔적, 곧 십자가’ 였다. 바로, 너와 나를 사랑하고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 주신 그 사랑을 이웃에게 전하는 사명이다. 오늘도 나는 그 복된 소식을 전하며 살기위해 노력하고 있다. 훗날 하나님께서 내게 세상에서 무엇을 하다가 왔느냐고 물으시면, “하나님이 제게 맡겨주신 서찰을 들고 열심히 일하다 왔습니다” 라고 대답할 수 있기를 원한다. 그 때, 하나님은 내 머리에 면류관을 얹어 주시며 얼마나 기뻐하실까?
이 땅에 살면서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은 참으로 귀하고, 또 일을 마치고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더욱 귀한 축복의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