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안내문을 잘 읽자

2004-02-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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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와 주부 이야기5

김인숙<편집 디자이너>

미국에 온 지도 어언 8년째 접어든다. 한국에 있는 친구나 친척들이 제일 부러워하는 것이 있다면 “애! 너 이제 영어 아주 잘하겠구나” 하는 안부 인사이다.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산 넘어 산이 영어 공부인데 어찌 시간이 지난다고 미국 사람과 같이 될 수 있을까.
그래도 하나 나름대로 실력(?)이 좋아진 것은 영어 안내 표지판(특히 하이웨이 안내판)을 읽는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처음엔 A, B, C… 철자 하나하나를 읽어 간 후에야 단어나 문장을 읽다가 나갈 Exit을 놓치거나 길을 잘못 들어선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한눈에 들어와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에서야 당연 한국말을 잘 하니까 안내문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미국에 와서는 주변이 영어 천지니 살기 위해서라도 하나하나 읽고 의미를 파악해야 했다.


길 이름, 길 안내, 건물 안내, 주유소 Gas Machine, 은행, 샤핑 몰, 등 이곳 저곳에서 볼 수 있는 안내문을 읽다 보면 미국이란 나라가 얼마나 합리적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컴퓨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초보자들이 많이 부딪치는 문제는 화면에 갑자기 뜨는 수많은 안내 문구들 이다. 영어로 된 설명은 물론 한글로 나타나는 안내문들 조차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되고 해석해도 의미가 안 통하고 정말 답답하기 그지 없다. 뭘 하려는데 무엇 땜에 안 된다고, 또는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하라고 팝업 윈도우(Pop-Up Window)가 나타나면 OK버튼을 누를지, Cancel를 누를지, NO를 누를지 난감하다. 이럴 땐 진정하고 가만히 문장을 읽는다. 이해가 안가도 계속 읽어둔다. 그리고 어떤 버튼을 눌렀을 때 어떤 결과로 나타나는지를 잘 파악해 둔다.

여러 번 계속 이런 일이 되풀이 되면 결국에 그 뜻을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 이해가 안 가더라도 자꾸 읽는 습관을 들인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인내심이 강한 사람이 잘 배운다고도 한다. 정말 인내심이 강해야 한다. 컴퓨터도 기계이기 때문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처리를 한다. 사람처럼 감성이나 이성이 있어 여러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융통성이 없다. 인공지능이라 하여 아무리 똑똑한 컴퓨터가 개발된다 해도 곧 사람이 내리는 명령에 정해진 답변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정해진 답변이 있다는 것은 컴퓨터도 한계가 있다는 이야기므로 사람의 능력이 더 우수하다는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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