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시각> ‘누드 신드롬’

2004-02-17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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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겸 기자

한국의 무분별한 연예인 벗기기가 드디어 한계점을 지나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권민중, 성현아, 김완선, 이혜영, 이지현 등 연예인들을 앞세운 누드 열풍이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며 좀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로 네티즌 공략에 나선 비상식적인 상술이 결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한국은 현재 탤런트 이승연의 ‘위안부 영상 프로젝트’ 파문에 관심이 집중돼있다.
일제시대 ‘종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이승연의 누드 영상서비스가 시작도 하기 전에 시민단체와 피해자 할머니들로부터 관련서비스를 중지해 달라는 거센 항의와 함께 법적인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다. 또한 네티즌들도 그녀의 연예계 퇴출이라는 거센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 같은 그녀에 대한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씨는 17일(한국시간) 화장기 없는 초췌한 모습으로 나눔의 집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등 관련 단체를 돌며 ‘눈물의 사죄’를 했다.
그녀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읽으면서 한국의 ‘생각 없는 벗기기 문화’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
왜 하필이면 일제시대 강제로 끌려가 풍랑과 같은 모진 인생살이를 겪고 지금은 백발이 되어버린 가엾은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누드의 소재가 되어야만 하는 것인가.

여성의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키는 ‘누드’가 언제부터인가 기획사들의 상업적 돈벌기와 맞물려 ‘연예인 벗기기’로 탈바꿈해버렸다.
이것은 어쩌면 연예인 누드에 열광하는 한국 남성들의 ‘관음증’이 부른 결과인지도 모른다.
‘신드롬’이란 수식어까지 붙으며 새로운 연예인 누드가 나올 때마다 컴퓨터 관련 서버가 과부하 될 정도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한국의 비뚤어진 성문화. 이러한 잘못된 성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이승연의 출현과 함께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물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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