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스트레스

2004-02-09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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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김<회사원>

우리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께서는 모두 위장병이 있으시다. 두 분을 각각 모시고 병원에 가 본 적이 있는데, 증상은 틀리지만 의사들의 처방에는 공통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그러면 병원문을 나서면서 혼자말로 하는 두 분 어머니의 반응도 같다. ‘스트레스 받지 않고 어떻게 살아.’

비단 어머니와 아내와 며느리 노릇을 다 하려고 지친 어머니들 뿐이겠는가? 어머니 세대뿐만 아니라 우리 세대에도 나름대로의 스트레스가 있다. 몇 년 전까지 직장인과 가정주부의 두 역할을 해 내는 ‘슈퍼 우먼’이란 단어가 여자들의 부담이 되더니 이제는 ‘미시족’이나 ‘몸짱아줌마’ 등이 유행하며 아줌마라고 외모 가꾸는 것을 소홀히 하는 것도 용납이 안 된다고 한다. 그럼 이제 아줌마들은 슈퍼 우먼 정도가 아니라 ‘울트라 슈퍼 우먼’이 되야 한다 말인가?


내가 여자이다 보니 여자들의 예를 들었지만 남자들 또한 신세대건 소위 구세대이건 나름대로의 스트레스가 많다. 각자의 스트레스가 가장 크게 느껴질 것이니 어떤 성별 또는 어떤 세대가 더 크다고 비교하며 말할 수는 없다. 현대 사회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어른들 말씀대로 살기가 점점 힘들어 지니까) 개인에게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고 따라서 스트레스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는 사람에게 아프지 않으려면 스트레스를 줄이라니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를 줄이는 길이 없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장 흔한 방법은 아마도 이보다 더한 상태를 상상해 보는 것이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가 심해도 실직할 경우를 생각해 보면 버틸 수 있고, 가족 때문에 속상해도 가족이 중병을 앓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비교적 가벼운 스트레스는 아예 우리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스트레스로 인한 긴장감이 매일 매일을 사고 없이 무사히 넘기도록 하니까. 한의학에서 침의 원리는 몸에게 일종의 스트레스(침)를 주어서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하고 있는 장기가 다시 제 일을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라고 하는 어느 한의사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스트레스란 피한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눈을 부릅뜨고 맞아 싸우자고 다짐하면 어지간한 스트레스는 그 생생한 전의에 스스로 도망가 버리지 않을까? 무찌르자 스트레스! 쳐부수자 스트레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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