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금순<주부>
새벽 예배를 드리고 돌아오는 길에 들려보는 바닷가 찻집에 오렌지 빛 해가 뜹니다. 우리 가족이 이민 와서 살고 있는 산타크루즈의 집들엔 담이 없고 마당마다 깔린 잔디 한 켠 엔 키 낮은 꽃들이 정답게 모여 삽니다.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남쪽으로 한시간 조금 넘게 차를 타고 굽이 굽이 돌며 산을 넘으면 바닷가의 작은 마을, 산타크루즈가 있습니다. 이 마을로 가는 길은 대관령을 넘어서 강릉을 가던 강원도의 산길과 닮아 있습니다. 사람들이 파도소리가 들리는 바다 발치에 집들을 짓고 아이들과 함께 산책을 하는 풍경은 한국에서는 흔히 찾아 볼 수 없었던 넉넉한 평화로움 이었습니다. 내가 알기로는 비둘기는 공원에 많고 갈매기는 바다에만 있고 다람쥐는 산에 살았었는데 여기에선 비둘기와 오리, 갈매기와 다람쥐가 함께 어울려 사는 모습도 퍽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곳에 사시는 저희 고모부님께서는 산타크루즈에 살아서 좋은 점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하며 이웃이 친절하고 문을 열어 놓고 다녀도 안전하다고 하셨습니다. 무엇보다도 다른 지역에 살 때는 그렇게 심했던 알러지가 이곳으로 이사를 오시면서 훨씬 덜 해 지셨다고 합니다.
산타크루즈에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이 있는데, 그 것은 산과 숲과 바다를 두루 도는 안개입니다. 부드럽고 느린 걸음으로 비단옷자락을 끌며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안개 발은 참으로 신비롭습니다.
경치도 아름답고 기후도 온화하지만 그보다 더욱 좋은 것은, 얼마 안 되는 한국 사람들끼리 서로 도우며 사는 인정입니다. 누가 이사를 오면 함께 짐을 나르고 음식을 먹으며,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주기도 하고, 또 멀리 나가야만 있는 한국 시장의 물건 구입을 서로 부탁하기도 합니다.
삶의 모퉁이마다 스쳐지는 수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낯선 이민의 땅에서 만난 산타크루즈의 인연들은 더 없이 소중합니다. 공항에 마중을 나와주셨던 집사님으로부터 서툰 영어 때문에 함께 병원에 다녀 주신 분들, 아파트를 구하지 못했을 때 한 달 씩 이나 얼굴한번 찡그리지 않고 우리 가족을 돌보아 주었던 해성이네는 평생에 잊지 못할 고마움 입니다. `사랑은 받는 자 보다 베푸는 자 에게 더 오래 남는다`고 했듯이, 나도 기꺼이 베풀며 살아 내 안에 더욱 오래 남을 사랑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