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시 생각해보는 ‘네 이웃’

2004-02-0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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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명 <엘리콧시티, MD>

예수님 가르침 중 가장 핵심적 항목이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라고 하는데 사람 이웃, 집 이웃, 동네 이웃, 나라 이웃 좋기가 얼마나 어려웠으면 그런 말씀을 그 당시 수도 없이 강조하셨는지 모를 일이다.
요즈음 도시에선 격리된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 옆집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한데 프라이버시도 중요하지만 그런 모습이 과연 바람직하게 사는 모습인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또한 장사꾼이 가게 이웃 한번 잘못 만나 무한경쟁을 하게 되면 “너 죽고 나 살자”가 아닌 “너 죽고 나 죽자”식의 지옥행이 되고, 시골에서 논 이웃, 밭 이웃 잘못 만나면 또한 생선가게 옆에 도둑고양이 두고 전전긍긍하는 식이 된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씀은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네 이웃을 사랑하며 서로 좋게 지내는 것’이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고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 아닐까. 왜냐하면 서로 협조하고 상대편을 배려하며 사는 사회가 바로 살아생전 천당이요, 서로 못 잡아먹어 어르릉대며 사사건건 부딪치는 이웃과 같이 사는 사회가 바로 살아 생전 지옥이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오른쪽 뺨을 때리면 왼쪽 뺨도 내놓으라”는 말씀도 동양의 인자무적, 또는 간디의 비폭력무저항 정신과 일맥상통하는 것을 끊임없는 보복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정말 의미심장한 가르침이라고 본다. 우리가 서로 이해관계가 대립되는 타인이나 이웃 또는 이웃나라와 잘 지내려면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면서 타협할 줄 알아야 하고 근본적으로 싫든 좋든 같이 상부상조하면서 상호보완적 선린관계를 인내와 신용으로 구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본다. 그렇다면 오늘날 지구촌 한가족 시대의 ‘네 이웃’은 예수님 시대와 어떻게 다른가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예수님 시대 때에는 우리 인간의 행동반경이 기껏 도보 또는 우마차 수준이어서 그 당시의 네 이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이웃을 주로 의미했겠지만 모든 것이 세계화하여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싫든 좋든 피차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지구촌 한가족 시대인 오늘의 산업사회에서의 ‘네 이웃’의 개념은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모든 이웃, 이웃동네, 이웃나라, 아니 모든 나라 모든 다른 종교 모든 다른 인종 심지어 인간이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는 자연생태계까지 네 이웃으로 확대 해석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 돈 내가 내 맘대로 쓰는데 왜 상관이냐” “내 회사 내 나라 우리 마음대로 운영하는데 무슨 상관이냐” “우리 종교 우리 식으로 믿는데 무슨 상관이냐” 하는 말은 몇 년 전 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된 환란이 일파만파로 어떻게 한국에 환란을 야기했는지, 세계 공장화된 중국의 산업 공해물질이 황사에 섞여 한국에 얼마나 큰 피해를 실어다주는지, 북한 핵보유 파동으로 인한 한국의 안보 불안 등등 ‘이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닌 나 자신 우리 자신의 일임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에 우린 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우리 인간이 살고 있는 이 땅, 이 자연, 그 속에 살고 있는 모든 동식물이 다 우리의 이웃일진대 자연의 정화기능을 훨씬 오버하는 공해물질 생산은 언젠가 반드시 부메랑이 되어 우리 인간에게 보복을 할 테니 이 또한 이웃을 사랑하지 못하고 함부로 대한 대가이다.
이웃인 상대편을 대우해 주지 않고 스스로 대접받으려는 것은 도둑놈 심보이다. 어떤 종교든 다른 종교로부터 대접을 받으려면 자기 종교의 이웃인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며 최소한 그들의 영역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배타적 민족주의가 내부적 합심과 단결을 위해서는 좋을 수 있겠지만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결국 국가적 불이익과 국가간의 대립을 가져오는 것처럼 배타적 근본원리주의적 종교관을 자기 종교의 이웃인 다른 종교와 대립하지 않을 수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다 하겠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에서 우리가 두고두고 되새김 해야할 말씀이다. 최소한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수는 없어도 그러한 자세로 노력은 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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