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빛 좋은 개살구

2004-02-04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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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희/실버스프링, MD

우리 집 부엌에서 쓰던 조리용 레인지 오븐이 15년 이상 썼더니 망가져서 시어스에 남편과 함께 사러 나갔다. 종류도 많고 회사도 여럿인데 남편은 꼭 위가 유리로 되어서 전기가 유리 밑에서 들어오는 판판한 모델을 고집하였다. 나는 한 번도 써보지 못 하였고 성능은 모르지만 보기에 아주 근사하여 주문을 하여 배달이 되었다. 새 것이라 음식을 하려고 스위치를 넣으니 금방 빨갛게 달아오르는 것이 좋아 보였다.
웬걸, 그 빨간 열이 유리에 전도되어 유리가 아주 뜨거워지기 전에는 냄비가 끓지를 않았다. 또 빨리 식지 않아서 잘못하면 손을 데기가 쉬웠다. 1주일 동안 너무너무 속상해서 바꿨으면 한다니까 남편은 이왕 산 것을 어떻게 바꾸느냐는 것이었다. 이 레인지 오븐을 갖고 앞으로 계속 음식을 할 생각을 하니까 기가 차고 스트레스가 쌓이는 것이었다.
무턱대고 시어스에 전화를 하여 판매원에게 “내가 너무 이 레인지 오븐이 맘에 안 드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었더니 판매원 말이 자기들은 고객이 완전히 만족하기를 바란다면서 곧 들어와서 맘에 드는 것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다음날로 가서 유리 없는 것, 금방 끓는 것으로 바꿨다. 값도 더 싸고 좋았다. 판매원에게 미안하여 5년 짜리 수리보증 계약을 사 주었다.
누구든지 레인지 오븐을 살 때 위가 유리로 된 것은 한번 잘 생각하고 사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쓴다. 정말 보기 좋은 빛 좋은 개살구였다. 아무래도 물건을 큰 것을 살 때는 큰 곳에서 사는 것이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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