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악’ 식별

2004-02-02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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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겸>
작년 어느 모일간지에, 한국에서 갖가지 범법행위를 저지르고 이곳 한인사회로 피신해 들어온 사람들이 미주 한인의 7%, 많게는 15% 정도를 차지한다는 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단한 수치다.
요즈음 매일 신문을 읽을 때마다 고국에서부터 이곳 미주 한인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행들을 보게 된다. 꿈을 이루고자 힘써 일하는 많은 선량한 한인들의 마음을 씁쓸하게 한다.
우리사회 구석구석엔 양의 탈을 쓴 일부 위선자의 무리가 함께 섞여 살고 있다. 이는 동서고금을 통해서 언제 어디서고 있어온 우리 인간들의 천태만상의 모습이 아닐까. 우리가 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 다스리기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은 장군이요 몸은 졸병”이라는 말이 있다. 장군이 가는 곳(마음이 가는 곳)에 졸병(행위)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마음 다스리기는 평생을 해도 모자란다. 갖가지 인간의 과오나 악행이 모두 그의 마음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다들 겪어보면 안다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옛말에 “물 속 깊이는 알아도 사람속 마음은 알 수 없다”고 하지 않던가!
당신이 위선의 검은 마음을 가지면, 양심가책의 검은 그림자가 서서히 당신의 가슴을 점령하고 장수는커녕 수명 단축으로 쓰러지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말은 입으로 하지만 마음의 창이라고 하는 눈은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리 훌륭하고 근사한 말을 한다 해도 검은 마음의 그림자는 가릴 수 없다.
또한 우리는 갖가지 위선을 식별할 줄 알고 멀리해서 피해야 하므로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 공자의 다섯 가지 악, 즉 ‘오악’에 대하여 일러두고 싶다. 공자가 한때 노나라 재상이 된 적이 있다.
그분은 항시 ‘덕치’를 주장하다가 돌연 ‘법치’로 돌아섰다. 그 당시 소정묘를 처형했다. 공자는 사람에게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오악’이 있다고 한다. 당시의 소정묘는 ‘오악’을 골고루 다 갖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공자가 열거한 오악을 새겨볼 일이다. 첫째, 시치미를 딱 떼고 음흉하게 나쁜 짓을 저지른다. 둘째, 겉으로 제법 공정한 체하고 강직한 체한다. 셋째, 거짓말투성이면서도 사탕발림을 한다. 넷째, 성품이 흉악한데도 박학다식하다. 다섯째, 독직과 부정을 일삼으면서도 청렴한 체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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