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자의 시각> ‘얼짱’과 ‘몸짱’ 신드롬

2004-01-2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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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범종 기자

지난해 ‘얼짱’이란 용어가 본국에서 유행했을 때 그 뜻이 궁금했었다.
우선 ‘짱’이란 말의 근원이 어디서 왔는지 본국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
일본어 ‘~(누구누구) 짱’(사람이름 뒤에 붙이는 애칭)에서 왔다는 의견. 한자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장’(長)을 된소리로 적다보니 ‘짱’으로 변했다는 의견까지…
아무튼 ‘짱’은 본국의 젊은이들이 ‘최고’를 뜻하는 말로 사용하기 시작, 이제는 중년층 이상까지 모두 이 유행어를 사용하고 있다.
‘노짱’ 신드롬을 뒤에 업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얼짱’은 ‘얼굴이 예뻐서 뜬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이들은 단번에 유명해지고 세인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물질만능주의는 외모지상주의를 불렀고, 이제 “외모는 바로 경쟁력”이라는 말과 함께 성형수술 붐을 일으키는 세태이다. 기업체 입사나 승진에서 예쁜 여자가 훨씬 유리하다는 통념이 이젠 남성에까지 적용돼 주름살을 펴고 피부를 가꾸는 남자들이 전혀 흉하지 않은 세상이다.
최근에는 ‘몸짱’이란 유행어가 ‘얼짱’을 앞질러, 중년층까지 너도나도 운동을 통해 몸매를 가다듬고 살을 빼려는 운동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 본국이다.
서른아홉의 한 주부가 운동을 통해 균형 잡힌 몸매를 네티즌들에게 보여준 것이 무서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평범했던 이 ‘일산 아줌마’는 이제 CF 모델과 방송출연까지 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이 모든 현상들을 태평양 건너 바라보는 기자는 ‘진정 이 시대의 사표가 될 지도자’나 ‘정신적 지주’로서의 ‘짱’은 없고 외형으로 드러나는 일시적 유행만이 횡행하는 모습에 현기증을 느낀다.
‘차떼기’로 집약되는 본국의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아노미 현상을 바로잡아줄 ‘참 스승’은 어디를 둘러봐도 찾기 어려워진 것이다.
아니, 그런 사람들이 있지만 자신과 조금만 의견이 달라도 온갖 인신공격과 함께 매장시켜 버리는 살벌한 세태 때문에 이런 ‘정짱’(정신적 짱)들이 쇠락해버린 것은 아닐까?
바라보고 싶은 깃발이 사라져버린 정신적 공허함은 ‘얼짱’이나 ‘몸짱’으로 채워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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