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나잇값

2004-01-2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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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주부>

전설적인 록그룹, 롤링스톤즈(Rolling Stones)의 싱어(singer) 믹재거가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작위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지난해 말이었으니, 지금쯤은 아마도 믹재거 경이라 불러줘야 할 것이다. 사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 그룹의 음악을 잘 아는 것도 아니면서 믹재거란 사람이 나에게 흥미를 끄는 이유는, 예순이 넘은 지금까지 여전히 악동이미지를 버리지 못하고, 혹은 점잖아지지 못하는 이른바 나잇값을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한결같이, 그토록 나잇값을 못하는 걸까? 악동 짓도 젊었을 때나 하는 것이지 나이 들면 시들해 지는 것이 순린데, 지치지 않고 그 이미지를 지금까지 유지하는 걸 보면 남다른 에너지의 소유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그가 기사작위를 받았단다. 어릴 적부터 철들라는 이야기를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들어온, 그래서 너도나도 일찍부터 점잖아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꿈도 못 꾸는 그 기사작위를 말이다. 작위를 주는 기준이 어디에 있는 지는 몰라도 나잇값 잘하는 것과는 별 관계없는 일인가 보다.

우리 기준에서 보면 나잇값 못하는 사람을 기사작위는커녕 한심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가난한 농경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일찍부터 자기 몫의 노동력을 책임져야 했었을 테니 빨리 나잇값하는 일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사람들한테 요구하는 기준도 많이 달라진 지금은, 우리도 똑같이 주어진 나이에 맞게 사는 사람보다는 남다른 나이에 대한 탄력을 가진 창의적인 사람이 대우받는 사회로 변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자타가 공인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하는 사이에 나도 모르게 내 나이에 걸 맞는 나잇값을 하느라고, 내 것이 아닌 생경한 표정으로 사람들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모두에게 똑같이 재단되는 기성복같은 나잇값을 벗어 던지고, 믹재거가 그랬던 것처럼 나두 가끔은 나잇값하고 싶지 않다고 외치고 싶다. 이 것이야말로 나잇값 못하는 거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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