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몸짱’과 ‘얼짱’

2004-01-29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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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 주관적이냐 객관적이냐는 철학자들 사이 오랜 논쟁거리의 하나다. 속담 중에는 ‘주관주의’를 지지하는 것들이 많다. 한국에는 “제 눈에 안경”이란 말이 있고 서양에는 “미는 보는 사람 눈에 있다”(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는 말이 있다. 지역에 따라 미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도 주관주의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된 미의 기준이 존재한다는 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과학자들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아에게 추녀와 미녀의 사진을 보여주자 세계 어느 나라에서 태어났는 지와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미녀에 더 오랜 시간 눈길을 준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얼굴, 어떤 몸매로 태어나느냐는 그야말로 운명이지만 이는 그 사람의 장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러 조사 결과 다른 조건이 같을 경우 키가 1인치 클수록 연소득은 1,000달러 정도 높으며 미 500대 기업 총수의 신장은 거의 대부분 부하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43명의 미국 대통령 중 평균 이하의 신장을 가졌던 사람은 5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대부분은 평균치보다 수 인치 컸다.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에이브러험 링컨과 프랭클린 루즈벨트, 토마스 제퍼슨은 모두 꺽다리 대통령 5위안에 든다.
또 얼굴이 예쁜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평균 5%를 더 번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해머매시와 비들 교수에 따르면 못생긴 여성은 보통 여성보다 5%를 덜 벌고 못생긴 남성은 10%를 덜 번다. 뿐만 아니라 뚱보 여성은 날씬한 여성보다 봉급에서 7% 손해를 본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키는 어쩔 수 없지만 인공적으로라도 몸매는 날씬하게, 얼굴은 잘 생기게 만들어 보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미 성형수술 협회 통계에 따르면 성형 수술을 하는 미국인은 지난 7년 새 3배나 급증, 이제 연 690만 명에 이르고 있다. 과거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던 성형 수술은 이제 남녀나 노소의 구분이 없어졌다.
성형 수술 붐은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얼굴이 최고’라는 뜻의 ‘얼짱’이나 ‘몸매가 최고’라는 뜻의 ‘몸짱’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며 몸매 가꾸기 열풍이 불고 있다. LA 한인 사회도 비슷한 분위기다.
그러나 ‘성형 수술로 인생을 바꿔 보자’는 선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를 한 사람들의 행복도는 그다지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진단이다. 기형적인 몸매를 고친 경우는 예외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부분의 경우 성형 수술을 했다고 인생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면적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외모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외모를 가꾸는 시간의 절반만이라도 내면을 가꾸는데 쓴다면 세상은 보다 살기 좋은 곳이 될 것 같다.
<민경훈 미주본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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