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다방

2004-01-15 (목)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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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희<컨설턴트>

몇일전 친구들과 이야기하던중 coffee shop Starbucks의 애칭이 별다방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어느새 옛 다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추억에 젖어 시간가는 줄을 물랐다.

학창시절 컴컴하고 담배연기 자욱한 다방 한구석에 마치 고뇌하는 로댕이라도 되는 듯이 앉아 알 수 없는 글을 끄적거리기도 하고 DJ에게 노래 신청도 하면서 쓰디쓴 커피를 마시던 생각이 났다. 그때는 왜 그리도 다방이 좋았던지.. 수업은 빼먹어도 하루라도 다방을 안가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출석 도장을 찍었고 친구들과 함께 교수님 흉도 보고 서로의 고민을 나누다 보면 우리는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주인의 눈총에도 아랑곳 없이 앉아 있곤 했다. 그럴 때면 빠짐없이 나타나는 다방의 감초인 껌팔이 소년. 아무도 그에게 눈길을 주질않아도 전혀 개의치않고 각 테이블위에 껌한통씩을 놓고 다방을 쭉 한번 순례를 하고 나서 꼭 남자, 여자 한쌍의 테이블에가서는 꼭 껌 한통을 팔고마는 솜씨를 지금 생각하니 괜시리 미소가 지어진다. 가끔은 누나, 누나하면서 끈질기게 쫓아다니던 꼬마가 지금은 무었이 되었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꼬마한테 매일 누나 학교 안가? 누나 학생 맞어? 하는 질문 공세를 받으면서도 군밤 한대로 답해주었던 아주 까마득히 잊혀진 시절이 새롭다. 그러나 옛 다방의 추억이 그렇게 센티멘탈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느 추운 겨울날 나는 몇권의 고서를 찿기 위하여 서울 변두리의 헌책방을 샅샅이 뒤진 적이 있다.


추위를 엄청타는 나로서는 아침 일찍부터 다니는것이 싫었으나 할 수가 없었다. 추위에 떨며 길을 걷다가 다방을 보고 반가와서 들어갔지만 내가 다니던 다방과는 전혀 다른 다방이었다. 달갑지 않다는 듯한 레지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도 난롯가에 앉는 순간 아주 새로운 모습의 다방을 알게 되었다. 커피가 아닌 쌍화차 파는 곳. 나이가 지긋이드신 아저씨의 고함소리, 김양! 여기 쌍화차 하나! 노란자 얹어서! 그 소리가 너무 낯설고 싫어서 몸만 녹이고 바로 나와 버렸던 기억이 난다. 세월이 많이 흐르고 내가 그 아저씨의 나이가 된 지금 그 낯설고 싫었던 기억이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나이 탓일까 아니면 없어진 옛 추억에 대한 그리움일까?

이제는 다방 한구석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고뇌를 하던 그 모습은 내게 없지만 그때 다방문화가 몸에 베어 있는지 아침이면 내가 사랑하는 음악과 함께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는 습성에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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