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 창> 기러기에게서 배우는 지혜

2004-01-05 (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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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선<주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라디오를 가까이했던 나는 특히나 밤 10시부터 12시까지 진행되던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프로그램의 애청자였다. 이 프로그램에선 그때그때 유행하는 가요를 틀어주는 사이사이 진행자와 게스트들이 애청자들로부터 온 사연을 재미나게 읽어주는 것으로 더욱 유명했었는데, 난 그날 밤에 들었던 재미난 사연들을 친구들과 선생님들께 말투와 억양까지 살려 그대로 재연해주곤 했다. 그 덕분에 오락부장이라는 직책도 여러 번 맡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예배 설교 중에 들은 기러기 얘기를 글로 옮겨 볼까 한다.

기러기는 이동을 할 때 왜 V자로 떼를 지어 다니는지 아는가? 기러기는 장거리이동을 하기 때문에 비행 중 무리 안에 나름대로의 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제일 선두에 날아가는 기러기가 그 무리의 우두머리인데, 가장 앞에서 공기를 가르고 날아가야 하니 다른 기러기들보다 힘이 들것이다. 그러나, 우두머리가 앞서 날면 공기는 V자 형태로 갈라지게 되고 그 뒤의 삼각지대는 다른 곳보다 공기저항이 약해지게 된다. 그런 연유로 나머지 기러기들은 우두머리가 가른 공기 뒤를 따라 나르는 것이다. 바로 양력(揚力, lift)을 이용한 것이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기러기가 보기보다 똑똑하다고 놀라기에 충분하지만, 그 총명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앞서 얘기했듯이, 우두머리의 희생으로 다른 기러기들이 보다 쉽게 비행을 한다고 했는데, 이 우두머리의 역할을 맡는 것도 나름의 순서가 있어 긴긴 장거리 이동의 피로를 돌아가면서 나눈다고 한다. 그리고, 이동 시(時)에 ‘기럭기럭’하고 우는 것은 힘들게 무리를 이끌고 가는 우두머리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나머지 기러기들의 응원가이며, 이동 중 다치거나 힘이 빠져 낙오하는 기러기가 생기면 반드시 건강한 두 마리의 기러기가 함께 남아 낙오한 기러기가 원기를 회복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함께 비행을 시작한다고 하니 그들의 지혜에 절로 탄복이 나온다.

우리네 인생도 기러기 떼의 긴긴 장거리 비행과 참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존과 번식을 위해 삶을 마치는 날까지 때가 되면 어김없이 수많은 어려움을 감수하면서도 길을 나서는 기러기 그리고, 우리. 자, 2004년의 둥근 해를 등에 지고 우리도 V자의 비행을 시작하자! 그저 뒷짐지고 서서 앞선 자들에게 비난만 하지말고, 아픔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으쌰으쌰’ 용기를 북돋아 낙오하는 자 하나 없이 따뜻한 남쪽나라로 무사히 갈 수 있게 힘찬 V자 비행을 가정과 직장과 사회와 나라에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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