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레이더스의 칼라한 코치 해임으로 베이지역이 술렁이고 있다. 레이더스는 31일 칼라한 코치를 공식 해임, 그동안 표면화 됐던 선수·코치사이의 불화를 종식시켰다.
물론 이번 결정은 레이더스가 코치보다는 선수들의 사기를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칼라한 은 그동안 선수들과 심각한 불화를 겪으며 ‘옹고집 코치’로서 원성을 사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레이더스 선수들의 기강문제를 들어 코치의 경질만이 레이더스를 살리는 길은 아니라며 신중한 반론을 펴고 있다.
그러면 칼라한의 경질은 잘못된 것일까?
선수냐, 코치냐?… 스포츠에서 어느쪽을 우선순위로 쳐야하는가 하는 것은 팀이 우승하여 논공행상을 따질 때, 혹은 꼴찌로 전락했을 때 흔히 떠올리는 과제이다.
재작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 제패에 실패했을 때 애너하임스와의 6차전 역전패의 책임을 물어 먼저 베이커감독이 경질됐다. 과연 감독이 잘못했을까? 팀을 월드시리즈까지 올려놓은 베이커 감독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처사였다.
80년도 직후의 49ers의 경우는 ‘선수가 먼저냐, 코치가 먼저냐’를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였다.
49ers는 당시 천재 코치 빌 월쉬 밑에 3차례나 수퍼보울 우승으로 이끈 불세출의 쿼터백 조 몬타나등이 논공행상을 다투었다.
당시 조 몬타는 역전의 명수라는 별명을 얻으며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수많은 경기에서 역전승, 빌 월쉬의 명성을 무색케했다.
반면 빌 월쉬는 탁월한 안목으로 라니 낫, 에릭 라잇, 에릭 데이비스, 마이클 카터, 라저 크레익, 제리 라이스등을 드래프트, 49ers가 전성기를 구가하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해냈다.
49ers가 당시 누구 때문에 우승하였는가는 빌 월쉬가 떠나간 뒤의 49ers의 상황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49ers는 월쉬 이후 2차례 더 우승했으나 이는 빌 월쉬가 영입한 몬타나와 스티브 영이 건재했을 때였다.
49ers는 빌 월쉬 이후 사실상 몰락의 길을 걸었으며 그 파경에 일조한 선수가 아이러니컬하게도 디온 샌더즈라는 불세출의 스타 코너백였다. 49ers는 빌 월쉬 이후 몬타나가 한번, 스티브 영이 한차례 우승했으나 두 번째의 우승은 스티브 영때문이었다기 보다는 디온 샌더스라고 하는 불세출의 코너백의 활약때문이었다.
당시 프라임 타임 플레이어라고 불리우던 디온 샌더즈는 아틀란타에서 이적해 온 뒤 초인적인 수비력으로 달라스의 막강공격을 막아내고 49ers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러나 그의 거만한 경기 태도가 팀에 악영향을 미쳐 이후 49ers 선수들은 툭하면 코치에 반기를 들며 우후죽순 떠나가는 바람에 스티브 영 은퇴 후 49ers에는 별로 남아있는 선수가 없었다.
49ers는 빌 월쉬에 의해 세워졌다가 결국 디온 샌더즈에 의해 와해 되는 꼴이 되고 말았다. 결국 좋은 코치 밑에 나쁜 선수 없으며, 나쁜 코치 밑에 좋은 선수 없다는 것을 49ers가 증명한 셈이었다.
레이더스의 이번 칼라한 해임은 물론 결과가 증명하겠지만 칼라한의 지나친 권위주의가 선수들에게 악영향을 미친 것이 아닌가 예측되고 있다. 칼라한은 이번 시즌 대 덴버전 패배후 ‘선수들에게 노골적으로 불만을 나타내고 자신은 선수들과 친구로 사귈 생각이 없으며 오직 코치로서 자신의 권한을 행사해 나갈 뿐이라고 선수들의 사기를 망치는 망언을 서슴치않았다.
물론 레이더스는 당시 일부 선수들의 약물중독, 빌 로마노우스키의 동료 구타건 등으로 기강이 형편없이 무너져 있었다. 그러나 칼라한이 잔 그루든 시절부터 공격코치로 활약했던 점을 감안하면 칼라한은 아무래도 통솔력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게 됐다.
프리 칼라한 첫 해인 내년도는 과연 레이더스의 조치가 옳았는가 뿐 아니라, 레이더스의 과도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시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