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버리 힐스 카페 로마
2003-10-24 (금) 12:00:00
영화를 통해 대하는 LA의 나이트 라이프는 불야성을 이룰 것처럼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의 LA는 늦게까지 문을 여는 레스토랑이나 바를 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어려울 만큼 밤이 조용한 곳이다. 이럴 때면 동남아시아와 유럽의 밤거리가 못내 그리워진다. 서울만 하더라도 12시부터 본격적인 밤이 시작되는 곳이 지천에 깔렸는데.
베버리 힐스의 카페 로마(Cafe Roma)는 바를 갖춘 레스토랑으로 주7일 새벽 2시까지 밤늦도록 문을 여는, LA에 드문 나이트 스팟이다. 밤이 되어야 눈동자가 반짝이는 야행성 인구에게 카페 로마는 늦게 찾아와도 맛있는 밤참을 즐길 수 있고 바로 옆자리의 젊은이들과 와인 잔을 부딪치며 축제 분위기에 접어들 수 있어 늘 마음이 편안한 곳이다.
목요일부터 일요일 저녁 시간, 카페 로마에서는 다양한 라이브 무대가 펼쳐진다. 주중이야 주로 피아니스트 혼자서 꾸미는 조용한 공연이지만 주말에는 서 너 명의 밴드가 꿍꽝거리며 신나는 음악을 연주한다. 로마에서도 유명한 이곳에서는 LA를 여행하는 짙은 눈썹의 이태리인들이 박수를 치며 공연을 감상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자리에 앉아 음악 소리에 어깨를 들썩이던 손님들은 더 이상 주체하지 못할 만큼 흥이 오르면 용감하게 스테이지로 뛰어나와 무대가 좁다하고 춤을 춰댄다.
피아니스트가 없는 날에도 무대는 비어있지 않다. 제법 피아노를 뚱땅거리는 손님들이 즉석 음악회를 열기 때문이다. 월요일 저녁, 카페 로마에서는 탤런트 쇼라는 스페셜 이벤트가 펼쳐진다. 초등학교 학예회도 아니고 장기라고 해봐야 손님들이 돌아가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고작이지만 가끔씩은 브라보 세례가 터지는 명가수가 나오기도 한다. 온 몸으로 춤을 추며 무대를 압도하는 탤런트가 다크호스로 등장할 때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휘파람 소리와 환호성으로 분위기는 항상 화기애애하다.
폴 세잔느의 그림, ‘할로퀸과 피에로’에서 할로퀸이 입었던 의상과 같은 색조로 꾸며진 카페 로마의 분위기는 생동감이 넘친다. 헝겊으로 장식된 천장은 포근한 느낌을 더하고 타일을 붙여 만든 테이블에는 개성이 가득하다. 점심시간의 카페 로마에는 이제 주지사가 된 아놀드 슈워제네거를 비롯한 할리우드 거물급들이 파워 런치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오픈 시간: 월-토요일은 자정-새벽 2시. 일요일은 오후 5시-새벽 2시. 발레 파킹 3달러50. 주소: 350 N. Canon Dr. Beverly Hills CA 90210. 한인 타운에서 Wilshire Bl.를 타고 서쪽으로 가다가 Canon Dr.를 만나 우회전하면 오른쪽으로 나온다. 전화 (310) 274-7834
<박지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