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불법체류자에게 기회를

2003-10-1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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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에서 불법 체류자들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주기로 한데 이어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900만명의 불법체류자들 가운데 일부에게 합법체류신분을 부여할 수 있도록 이민쿼타를 늘리자고 제안했다. 이들을 이대로 놓아두어선 안 된다는 주장은 공화당 내에서도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법과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면 불법체류자들에게 합법체류자들과 동일한 권익을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현실을 부정하기도 어렵다. 이들 저임금 노동자들을 추방하면 미국인들이 그들이 하던 일을 맡아할 것인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들이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미국 경제가 돌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해결방안이다. 공화·민주 양당이 접점을 찾아야 하는 부분이 있다. 기업은 노동력 확보를 위해 소위 ‘손님 노동자’ 제도를 만들자고 하고 있고, 노조와 이민운동 단체들은 이곳에서 일하고 일정기간 세금을 낸 불법체류자들에게 시민권 취득 기회까지 부여하자고 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 상태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불법체류자들을 옥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불법이민은 날로 증가하고 이는 막을 수 없다. ‘고용창출 없는 경기회복’이라고 해도 농업 및 서비스 부문에서는 노동력 확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은 보다 안정적이고 합법적인 노동력 확보를 보장하는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
불법 체류자들이 ‘숨어’ 있도록 내버려두어선 안 될 것이다. 이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고 종국에는 미국시민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법치를 존중하고 공공질서를 강화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에 해를 끼치지 않는 노동자들과 미국이 우려하는 테러리스트를 구별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타마 제이코비/LA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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