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덕군자들 어디 갔나

2003-10-1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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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소환선거에서 우파의 도덕군자들은 자기 발에 걸려 넘어졌다. 전임 대통령의 성추문을 밝힌 사람들의 ‘용기’를 칭찬하고 이를 지탄하지 않는 사람들을 미 도덕적 타락의 공범으로 몰아 부치던 이들은 지금 어디 있는가.
아놀드 슈워제네거가 여성들을 만지고 모욕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자 이들은 거꾸로 이를 폭로한 LA타임스에 분개하고 있다. 정치인의 도덕성을 놓고 입에 거품을 물던 사람들이 한 신문이 공화당원의 인격에 문제를 제기하자 경악한 것이다.
클린턴 탄핵을 비난했던 슈워제네거는 클린턴보다 약다. 그는 클린턴과는 달리 부인할 수 없는 것을 부인하려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클린턴 흉내를 내가면서 이를 좌익의 음모로 몰아붙였다. 그는 데이비스가 자기를 공격하기 위해 여성 비난자를 물색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이번 선거는 도덕군자들에게는 누구를 찍어야 할지가 분명했었다. 한쪽은 따분하지만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데이비스고 다른 한쪽은 방탕한 할리웃 스타다. 그럼에도 그들은 민주당 주지사를 내쫓기 위해 성추행 스캔들을 덮어버렸다.
그러나 우파들은 슈워제네거 지지를 나중에 후회하게 될 것이다. 슈워제네거 캠페인은 공화당 우파에 대한 꾸중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를 지지함으로써 그간 자신들이 해온 도덕과 성 윤리에 대한 수많은 설교를 스스로 뒤엎었다.
보수파들은 클린턴이 탄핵을 면하고 슈워제네거가 소환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미국이 방탕한 길로 나가는 증거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이번 주 그 추세에 일조를 했다. 2003년 10월7일은 보수파의 도덕적 분노가 사망한 날이다.

(E.J. 디온/ 워싱턴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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