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히스패닉 파워는 전국적 이슈

2003-10-0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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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 소환선거는 어릿광대 놀음 같아 진지한 정치적 분석을 어렵게 만든다. 생애 한번 볼까말까한 서해안의 ‘미치광이 행태’로 간주하고 싶을 수도 있다. 다만 한가지 유념할 이슈는 있다. 히스패닉 유권자들의 역할이 그것이다.

캘리포니아에 불어나는 히스패닉 인구를 고려할 때, 정치인이 이민자 문제에 대해 모호한 발언을 했다간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는 반이민법안인 주민발의안 187이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더 이상 법적인 시도를 하지 않고 미뤘다. 히스패닉 이민자들의 눈치를 본 것이다. 불법체류자에게 운전면허증을 발급해 주는 법안에 반대하다가 입장을 180도 틀어 찬성으로 바꾸었다. 불법체류자가 주립대 입학 시 주민과 동일한 학비 할인혜택을 주는 안에 반대했다가 다시 찬성 쪽으로 갔다. 당연히 히스패닉 유권자들을 의식해서다.

이 같은 이슈들은 다른 주에서도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조만간 핫 이슈로 등장할 소지도 있다. 2002년 인구센서스에 따르면 조지아는 19% 증가율을 나타내 전국 1위를 기록했으며 네바다가 17.4%로 2위, 노스캐롤라이나가 17.3%로 3위를 차지했다. 증가율로 치자면 캘리포니아는 톱 10에도 들지 못한다. 히스패닉 인구 증가율은 미국인 전체비율보다 4배나 많고 백인에 비하면 14배에 달한다.


이러한 수치는 이들 히스패닉 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대처의 필요성을 적시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기존의 대다수 미국인들은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운전면허증 발급, 학비 할인 등의 혜택부여에 반대하고 있다. 1,100만명의 불법이민자들은 돌아갈 곳이 없다. 그들은 이곳에 머물 작정을 하고 있다.
우리가 국경을 봉쇄하지 않는다면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들을 우리의 경제생활에 통합시키고 영어를 가르치며 생산적인 주민으로 거듭나도록 해 세금도 거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캘리포니아는 지금 이러한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캠벨/USA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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