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손성원 박사의 경제 칼럼 과장된 디플레 우려

2003-06-2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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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디플레이션은 멀리 있는 가능성”이라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금융 시장은 FRB의 의도를 곡해하기로 결심한 것 같다. 그 결과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고 주가가 올랐다.
우리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약간의 디플레이션은 좋은 콜레스테롤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유익한 것이다. 생산성 향상과 경쟁의 심화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예를 들어 1920년대와 같은 시기에- 적정 수준의 디플레이션은 경제와 증시에 매우 좋은 영향을 미쳤다.
CPI(소비자물가지수)의 통계학적 결함이 디플레이션을 과장하고 있다. 주택과 관련된 분야가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 가량이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자신으로부터 주택을 렌트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낮은 모기지 이자율과 싼 렌트로 인해 ‘귀속 임대료’(imputed rent)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게다가 전기세와 같은 유틸리티 비용-천연 개스의 가격 상승으로 인해 따라서 오르고 있는-이 주택관련 분야에 포함돼 있지 않다.
결국 모든 것을 감안했을 때 연간 핵심 인플레율은 주택 분야를 제외하면 2.73%가 된다. 이는 주택 분야를 포함시켜 발표하는 정부의 핵심 인플레율 1.83%보다 높은 것이다.
오늘까지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디플레 우려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0.5% 포인트 인하하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옵션이 아니다. 금리가 인하되지 않는다면 주식과 채권 가격이 급락, 경제에 타격을 가하게 될 것이다. FRB는 아마 경제 성장 속도가 빨라지기를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증시 투자자들만큼 자신감이 있는 것을 아닐지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타협점은 0.25% 포인트가 될 것이다.

주식과 채권, 승자는 누구
채권 시장의 강세를 전망하는 이들은 국채 수익률이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가정한다. 그로 인해 채권 가격이 상승중이다. 그들은 중앙은행이 디플레 우려에 사로잡혀 연방금리의 이자를 낮추고 국채를 매입함으로써 자신들을 구해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디플레는 또 경제 환경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통화 정책의 운용을 쉽게 만든다. 호황기였던 90년대에 생겨난 불균형이 너무 심각해 경제가 바로 서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거대한 연방 적자와 세계적 불경기가 채권에 대한 이들의 낙관론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주식 시장의 강세를 예상하는 이들은 경제 회복을 더욱 확신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의 감세, 낮은 금리, 달러화 가치 하락, 생산성 향상, 자동차업계의 인센티브 등을 그 근거로 든다. 최근에는 유럽 중앙은행마저 금리를 내렸다. 1·4분기 기업 수익이 좋아지고 이같은 추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전망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과 채권 시장이 모두 강세를 지속할 수는 없다. 우리는 주식 시장의 강세를 예견하는 이들의 의견에 좀더 공감한다. 우리의 채권 가치평가 모델에 따르면 10년 국채의 수익률은 내년까지 4.92%에 이를 것이다. 주식은 현재 저평가 되어 있다. 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4.92% 수준에 이르게 되면 주식 가격이 현재보다 그리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웰스파고 은행 수석 경제학자> www.drsoh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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