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나님’ 뺀 주의회 기도 논란

2002-07-10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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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로 발라드 의원, 기도 지침서 취소 공론화 나서

공립학교 학생들의 국기에 대한 맹세가 위헌이라는 판결에 반발하는 여론이 비등하고 있는 가운데 워싱턴주의 원로 하원의원이 차제에 의회 개막 전 의원들의 기도에서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을 빼도록 한 의회 지침을 취소하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하원의장(공동의장 포함)을 7년이나 역임하고 현재는 하원 소수당 원내총무인 클라이드 발라드 의원(공·이스트 웨나치)은 신디 젠더 의회 사무국장에게 공식 항의서한을 보내고 민주당이 지난 1월 다수당이 된 뒤 채택된 기도 지침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 지침서는 “기도를 끝마칠 때 특정 종교의 이름으로 하기보다는 보편적인 견지에서 참석자 전체의 생각을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독실한 감리교회 신자로 20년의 의원생활을 청산하고 곧 은퇴하는 발라드 의원은 기도의 핵심인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라는 말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속상하다며 이는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같은 상황에 처하면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연방항소법원의 국기에 대한 맹세 위헌 판결을 보고‘해도 너무 한다’고 생각했다며 9·11 테러사건 이후 처음 맞은 독립 기념일을 계기로 의회의 기도 문제도 공론화할 시점이 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의회에서 기도하는 초청목사는 물론 의원들과 기타 참석자들이 입에 재갈을 물리지 않고 소신껏 자기 신앙을 표현할 수 있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발라드 의원은 미국인들, 특히 워싱턴 주민들은 지진피해와 대규모 감원사태 등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고 국가적으로도 종교적 견해로 인한 전쟁 위협을 받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하나님께 더 절실하게 기도해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젠더 사무국장은 문제의 기도 지침서가 강제성 없는 제안일 뿐이라며 의원들이 기도할 때 다른 사람의 신앙을 배려하도록 하는 것이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녀는“어쨌거나 의원들은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기도할 수 있다”며 지침서를 그대로 유지할 뜻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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