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통령상’해프닝

2002-06-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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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출근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전화가 걸려 왔다.“우리 애가 대통령상을 받았어요. 너무 기뻐서 어제 밤 한숨도 못 잤어요”라며 한 학부모가 숨넘어갈 듯 자식 자랑을 늘어놨다.

매년 졸업시즌이면 이런 웃지 못할 해프닝이 꼭 벌어진다. 한국 졸업식장에선 대통령상이 가장 큰상이지만 미국서는 학교마다 대여섯명, 많게는 수십명에게 주는 학업우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이민 와 먹고살기 바빠 자녀교육에 별로 신경도 쓰지 못했는데 아이가 대통령상을 받게 됐다면 누구나 대견스럽고 가슴 뭉클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이민 온지 얼마 안되거나 자녀가 미국서 처음 졸업하는 학부모의 경우 미국식 대통령상과 한국식 대통령상의 차이를 이해 못하고 흥분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올해 쇼어우드 고교의 졸업식 팜플렛을 보면 학교장상(Principal’s Award)이 1명으로 가장 위에 올라 있고 각 과목별 최우수생(Top Senior by Department), 내셔널 메리트 장학생(National Merit Finalists), 탑 5% 학업 우수생, 워싱턴주 장학생(Washington Scholar), 워싱턴주 교장 장학생(Washington Principal’s Scholar)에 이어 맨 밑에 100여명의 대통령 학업우수상 수상자 명단이 기재돼 있다.

반면에, 각 주에서 최우수 고교 졸업생 1명씩 선정되는 대통령 장학생(Presidential Scholars)은 장학금뿐만 아니라 부모와 함께 백악관에까지 초대받는 가장 영예스런 상으로 손꼽힌다.

미국식 포상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니다가 정작 자녀들로부터 핀잔 받고 머쓱해지는 부모들을 보면‘선배 학부모’의 입장에서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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