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쉽지만 자랑스럽다”

2002-06-25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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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더럴웨이 집결 한인 응원단, 결승 진출 좌절에 탄식

“아~”

한국팀이 독일의 미하엘 발라크에게 선취골이자 결승골을 허용하자 페더럴웨이 홈 타운 샤핑센터에 모인 한인 응원단은 일제히 탄식을 내쉬었다.

하지만 곧바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대~한민국’,‘오! 필승 코리아’를 연호하며 한국팀의 동점골을 기대하는 활기찬 응원을 펼쳤다.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울리자 응원장을 가득 메운 400여 한인들은 아쉽다는 표정과 함께“세계 강호들을 연파하고 4강에 올라서도 대등한 경기를 펼친 한국 대표팀이 자랑스럽다”며 박수를 보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벌이다 득점 없이 비긴 채 전반전이 끝나자 대다수 한인들은 한국팀의 승리를 점쳤으나 후반 단 한번의 득점 기회를 놓치지 않은 독일의 결승골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휴렛패커드사 주최로 시애틀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세미나 참석 차 이틀 전 시애틀에 온 SK텔레콤, 삼성전자, LG전자, KT 직원들은 버스를 대절해 페더럴웨이 응원장에 왔으나 한국팀의 패배로 의기소침해 진 채 숙소로 돌아갔다.

이들 30여명을 이끌고 온 한국 휴렛패커드의 유흥준 부장은“안정환, 박지성이 골을 넣어 한국이 2-0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자신의 예상이 빗나가자 허탈해 했다.

이날 응원장에는 시애틀 타임스, 페더럴웨이 미러 등 주류 언론 등이 한인들의 응원 열기를 취재해 눈길을 끌었다.

시애틀 타임스의 한인 마이클 고 기자는 김준배 시애틀 한인회장과 강희열 워싱턴주 월드컵 후원회장에게‘이처럼 많은 한인들을 여기 모이게 한 요인은 무엇인가?’‘월드컵으로 인해 한인사회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경기 전망은 어떤가’등 꼬치꼬치 캐물었다.

고 기자는“이른 아침의 TV 중계 축구경기 응원에 이렇게 많은 한인이 모여들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문병록 총영사는 샤핑몰 내 빈 건물을 빌어 단체 응원장을 마련한 후원회에 금일봉을 전달했고 강 후원회장은 이를 다시 김 회장에게 한인회 기금으로 넘겨 박수를 받았다.

응원장을 떠나는 한 2세 청년이“부모님의 나라로만 여겨졌던 한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듯이 이날 새벽의 ‘붉은 함성’은 비단 축구 경기 승리를 염원하는 응원만이 아닌, 한인들의 위상과 자긍심을 촉발시킨 기폭제가 된 것으로 보였다.

<정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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