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인 여대생들 우울증 심각”

2002-05-31 (금)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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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 에스터 상담소장,‘착한 딸’유형에 더 많이 나타나

한인 여대생들 가운데 우울증 환자가 많으며 특히 부모가 시키는 대로 순종하는‘착한 딸’의 유형에 이런 증세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및 가정 상담가인 에스터 허씨(미션 상담소장)는 작년 MIT 한인 여학생의 자살 사건이 빙산의 일각이라며“ 공부만 강요하는 한국식 가정환경에서 자라나 명문대학에 들어간 착한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스스로 컨트롤할 능력이 없어 공부를 중단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학생들이 의외로 많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현재 상담자의 80%가 여성이며 이중 상당수가 우울증을 호소하는 20대 초반의 여대생이라고 밝히고 적당히 노는 유형보다‘착한 아이’로 지칭 받던 여학생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공통적인 증상은▲밤에 잠을 못 자거나, 반대로 잠만 자며 만사를 잊어버리려 하고 ▲피곤으로 매사 귀찮아하며▲식욕이 줄고 집중력이 떨어지고▲몸무게가 갑자기 줄거나 늘고 ▲사람을 만나기 싫어한다는 점이다.

허 소장은 특히 10대 우울증 환자들은 물불 안 가리고 면도칼로 손목을 그어 자살을 기도하는 케이스까지 있다며 명문대학 진학을 위해 자녀들에게 공부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강하게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병이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은 남성보다 여성들에게 많으나 감정표출을 잘 안하는 남성이 걸리면 증세가 더 심각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말한다.

허 소장은 한인 청소년들의 우울증은 주로 부모들의 한국식 사고방식과 미국문화간의 갈등 때문에 생기지만 사회활동 없이 직장과 집만 왕래하며 고립된 환경에서 사는 한인 어른들에게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은 경제 형편이나 교육수준과는 상관없이 나타나는 정신질환으로, 허 소장은 자신을 항상 부정적으로 낮춰 보는 한국식 사고방식에서 탈피, 긍정적인 면을 스스로 발굴해 보는 자가 인식치료법이 많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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