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본가가 문제다

2002-01-1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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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개한 독일 공산주의자 빌리 슐람은 "자본주의의 문제는 자본가다. 그러나 사회주의의 문제는 사회주의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엔론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그의 말이 떠오른다.

정치 스캔들로서는 빛을 잃어가고 있지만 자유 시장 경제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엔론은 비즈니스 스캔들로 중요한 문제다. 엔론의 몰락으로 피해를 입는 사람은 투자가나 감사기관, 채권자만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이를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구실로 삼을 것이기 때문에 시장주의자들은 더더욱 자기 감시에 철저해야 한다.

이번 사건은 워싱턴과 연관된 추문이 아니다. 언론은 엔론 간부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백악관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자 흥미를 잃어가고 있다. 기업들이 아무리 헌금을 해봤자 현실적으로 얻는 것은 청문회뿐이다.


신경제의 기수 엔론의 몰락을 보고 고소해하는 사람이 많다. 엔론의 행적은 점점 더 기업 사기처럼 보인다. 엔론이 법을 어겼느냐는 차치하고 일반의 신뢰를 저버린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만으로도 간부들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

엔론은 수많은 자회사를 만들어 이익이 날 때는 회사 장부에 기록하고 손해가 나면 주식으로 메워 수익을 인위적으로 부풀렸다. 다시 말해 회계 장부를 조작한 것이다. 감사를 맡은 아더 앤더슨은 휘슬을 불기는커녕 장부를 파기했다. 월가의 분석가 17명 중 16명이 작년 10월까지 엔론 주식을 사라고 권했다.

우리는 이제 엔론 사태를 해결하고 그 실패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부시 행정부는 지금까지 조속한 수사를 지시하는 등 올바른 태도를 취해왔다. 시장을 지지하는 공화당 행정부는 자유를 남용하는 자본가들을 감시할 각별한 책임이 있다. 부시가 이를 잘 처리하면 시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엔론이 자본주의에 끼친 해독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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