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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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산의 일각

2002-0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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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폴 크러그만<뉴욕타임스 칼럼>

4년전 아시아가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 많은 관측자들은 ‘끼리끼리 자본주의’를 탓했다. 아시아의 대기업가들은 자기 회사의 자산이라거나 이윤 같은 것을 솔직하게 투자자들에게 말하는 법이 없었다. 정치적 줄로 형성된 무적의 후광으로 충분했다. 재정적 위기가 닥치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서 그 기업들을 꼼꼼히 살펴보려 했지만 기업들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지 않은가.

표면적으로만 보면 엔론을 둘러싼 갑작스런 정치적 돌풍은 난해하다. 어쨋거나 부시행정부는 엔론을 파산에서 구해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부시행정부는 엔론과의 접촉사실을 왜 그렇게 오래 숨겼을까. 조지 W. 부시는 왜 엔론의 케네스 레이사장이 자신이 처음 주지사선거에 출마했을 때 자기를 반대했으며 그 선거후에야 서로 알게 되었다는 주장을 했을까. 그리고 언론은 왜 뭔가 대단한 스캔들이라도 떠오르는 것처럼 행동을 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엔론사태가 미국식의 끼리끼리 자본주의의 내막을 드러내게 될 것으로 언론은 의심하고 있고, 부시행정부는 두려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끼리끼리 주의가 미국에서 새로운 건 아니다. 클린턴 행정부때는 정치헌금 주 기부자였던 치키타 바나나를 위해서 무역 전쟁까지 갈뻔 했다. 그런데 부시행정부는 아주 뻔뻔스런 이해상충 케이스들에 대해서도 별로 괘념치를 않는 것 같다.


마크 라시코트가 공화당 전국위원회의 새 의장이 되고도 여전히 백만단위의 봉급을 받으며 로비스트를 계속하겠다고 드는 것이 그런 예이다. (이제 그는 로비는 안하겠지만 봉급은 그대로 받겠다고 말한다.)

엔론과 부시행정부의 관계와 관련한 진짜 의문점들은 엔론이 내리막길로 들어서기 이전에 일어났다. 말하자면 레이가 연방에너지 규제 위원회 위원장에게 자리를 보존하려면 엔론에 좀 더 협조적이어야 될 것이란 말을 했던 때 말이다. 그리고 엔론이 딕 체니 부통령을 도와서 에너지 플랜을 만들었을 때 그것은 누가 봐도 체니의 에너지 팀에 자문을 주었던 기업들에 의해, 그 기업들을 위해 쓰여진 것이었다.

지금 엔론사태가 터졌지만 다른 에너지 기업들은 여전히 부시행정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엔론 사태가 최근 확산되기 며칠 전 부시행정부는 동력시설들의 오염규정을 완화할 의사가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주 행정부는 방사성 폐기물을 네바다에 비축하는 논란많은 계획을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하나하나가 부시와 대단히 긴밀한 관계에 있는 기업들에게 수십억달러씩의 이익이 돌아갈 결정들이다.

이런 일들이 슬프게도 불법이 아니다. 단지 썩는 냄새가 진동할 뿐이다. 부시행정부가 엔론 이야기를 한 기업의 문제로만 좁게 초점을 맞추려 애쓰는 것은 그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 이야기는 훨씬 크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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