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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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할 때다

2002-01-1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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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리처드 코언/ 워싱턴 포스트)

많은 사람들이 엔론의 몰락을 정치 스캔들로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잘못이다. 로버트 루빈 전 재무장관이 부시 행정부에 전화를 건 일을 가지고 말들이 많은 모양인데 루빈은 엔론에 7억 5,000만 달러를 빌려준 시티그룹의 회장이다. 그가 전화를 거는 것은 당연하다.

엔론 사건은 체제의 붕괴다. 너무 화나는 일이라 이를 표현할 단어조차 없다. 6억 달러의 채무를 장부에서 감춘 채 11억 달러의 회사 주식을 팔아 챙긴 간부를 뭐라 불러야 할지 모르겠다.

엔론 변호사인 로버트 베넷에 따르면 이것이 합법적인 행위란다. 부시와 체니의 친구들인 이 회사 간부들이 사기 쳐 돈을 챙긴 것은 분명하다. 자기들은 회사 주식을 팔면서 직원들이 파는 것은 못하게 했다. 85 달러 하던 주식은 68센트로 떨어졌으며 직원들은 빈털터리가 되고 안락한 은퇴의 꿈도 사라졌다. 간부들이 호수에서 보트 놀이를 하고 있을 때 직원들은 거기 뛰어 들어 빠져 죽기라도 해야 할 형편이다.


워싱턴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해하고 있다. 나는 그에 대한 해답을 알고 있다. 분노해야 한다. 부시는 엔론 간부들에게 주식을 팔아 챙긴 11억 달러를 직원들의 보상금으로 내놓으라고 말해야 한다. 엔론의 총책임자인 켄 레이에게 주식 판돈 3,000만 달러를 토해내라고 해야 한다. 레이건이 고르바초프에게 베를린 장벽을 허물라고 외친 것처럼 "레이야, 돈을 내놔라"고 외쳐야 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워싱턴의 모든 조사기관이 밤을 새가며 무슨 법 조항을 어겼는지를 따질 것이다. 이것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종잡을 수 없는 화이트워터 같은 정치 스캔들이 아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두 안다. 나쁜 놈들이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한 탕 해먹은 것이다. 엔론 사건은 스캔들이 아니라 모두가 치를 떨어야 할 협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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