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북한이 보다 큰 위험

2002-0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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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칼럼

만일 당신이 이라크를 겁낸다면 황량하고 눈 덮인 남북한의 국경지역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북한군은 세계에서 가장 마르고 냉혈적일지 모르지만, 북한은 가장 별난 나라인 동시에 잠재적으로 가장 위협적인 나라다. 북한은 세계에서 3번째로 많은 군대를 갖고 있으며 사린가스 5,000톤은 물론 정보기관에 따르면 천연두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의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은 외국인 납치와 지난 87년 115명을 사망케 한 여객기 폭파테러를 관장했다. 북한은 마약밀매, 100달러짜리 미달러화 위조, 필리핀과 같은 지역의 테러리스트들에게 무기판매 등을 통해 국가 예산의 일부를 조달하고 있다. 지금 상정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북한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알 카에다에 천연두균을 판매하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라크가 아니고 북한을 어떻게 다루느냐이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한 정책은 상당수 한반도 전문가들이 지지하는 ‘북한 개방유도 정책’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대북한 정책은 대쿠바 정책과 흡사했다. 물론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들 독재자들로 하여금 미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국내 경제문제에서 국민의 눈을 밖으로 돌리게 한 구실만 제공했다. 북한이 경제개혁을 향해 소폭 이동하면 미국도 약간의 유화 제스처를 취했을 뿐이다.

부시 행정부 내에 반테러 캠페인의 제 2단계로서 북한을 더욱 조여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이 위협요소라는 이들의 주장은 맞지만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문제를 풀어가려는 것은 잘못이다. 미국은 지난 94년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전쟁을 불사할 채비였다. 국방부 보고서에 따르면 8만~10만명의 미군을 포함해 100만명이 사상자가 날 전쟁인데도 말이다.


부시 행정부의 매파는 논란을 빚고 있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을 위해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란 카드가 필요할지 모른다. 그들은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유도하는 데는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이는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북한을 다루는 데 있어서 우리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한국전 때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죽을 뻔한 김대통령은 공산주의자들에 대해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경애하는 지도자’ 김정일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도록 ‘햇볕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지난해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무력화시켰다. 백악관에서 김 대통령을 만났을 때 대북한 유화정책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함으로써 김 대통령의 정치적 운신을 제한했다. 그 이후로 햇볕정책은 거의 죽은 상태이며 김 대통령은 레임덕에 시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만일 부시 대통령이 우리 나름의 대북한 햇볕정책을 편다면 북한이 제 2단계의 대테러 캠페인에 유용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북한이 아직 위협적인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지만 북한은 최근 문을 서서히 열려고 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12개국과 국교수교를 맺었다. 이들 대다수가 유럽에 있는 나라들이다. 셀폰과 인터넷도 곧 평양에 깔리게 돼 있다. 지난 72년 닉슨 대통령시절 중국과 같이 북한은 지금 전환점에 있다. 공화당 대통령이 위협적인 공산국가와 교류를 터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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