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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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민족 교육 성패 시금석"

2002-0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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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멘터리21

▶ <민경훈 편집위원>

지난 달 문을 연 LA 한국교육원은 LA 한인과 한국 정부가 함께 출연해 하는 사업 중 최대 규모일 뿐 아니라 해외 한인 민족교육의 시범작품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교육원의 사업 현황과 앞으로 나가야할 올바른 방향 등을 짚어본다.


"한인들은 한국에서부터 단일 민족임을 자랑스러운 일로 교육받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역사를 보면 한반도에 수많은 타민족이 들어와 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인종과 어울려 사는 것을 배우지 못한 결과가 4·29라는 비극입니다"

낭랑한 강사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학생들의 자세가 자못 진지하다. 지난 달 20일부터 LA 한국교육원(680 Wilshire Pl. 213-386-3112)에서 시작된 한국어 교사 연수과정 프로그램 첫 수업 장면이다.


1996년부터 설립이 추진되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7월 건물을 구입, 작년 12월 리모델링을 끝내고 개원한 한국교육원은 LA 한인 모금 120만달러를 포함 총 520만달러가 들어간 큰 사업이다. 4층 높이의 이 건물은 총 5만평방피트 넓이로 이 중 1, 2층이 교육원으로 쓰이고 나머지 3, 4층은 임대해 그 수입으로 건물 관리와 재단 운영을 하게 된다.

가장 많은 헌금을 한 김정실 여사의 이름을 딴 ‘정실관’ 등 2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강당과 크고 작은 여러 개의 교실, 초고속 인터넷이 설치된 자료실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건물가 320만달러에 200만달러라는 거액을 들여 리모델링을 해서인지 빛나는 샹들리에 등 내부가 LA 한인타운에서는 드물게 호화롭다.

특히 정실관은 커뮤니티 회합 장소로 미 주류 사회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여서 단순한 행사 장소가 아니라 그 동안 공간 부족으로 애를 먹어온 타운 문화예술 활동의 보금자리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렌트비에서 관리비를 빼면 월 3,000달러 정도가 남아 크게 지원은 못하지만 한 2년 지나면 그간 실적을 토대로 가주 및 연방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 백기덕 교육재단 이사장은 “당장은 어렵지만 머지 않아 미국 정부 지원으로 한국 정부 도움 없이도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이라며 재원 마련을 위해 컴퓨터 교실 등 수익성 사업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단측은 단, 분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치모임이나 사회활동에는 개방하지 않으며 무분별한 요청을 막기 위해 소정의 대관료를 받을 방침이다.

건물과 돈 관리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교육원 재단은 4·29 폭동성금 관리 등 과거를 교훈 삼아 단 1센트 지출도 외부 감사를 받고 있어 돈 문제에 관한 한은 잡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 건물 매각과 담보 융자 등 큰 결정은 한국 정부 승인 없이는 못하게 돼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이곳 한인들의 자문을 받기는 하되 궁극적으로 한국 정부가 결정권을 갖고 있다. 한국 정부가 훨씬 많은 돈을 냈고 설립 목적이 민족교육의 실시니 만큼 이해가 가기는 하지만 대상이 LA 한인이라는 점을 감안해 현지인의 의견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배려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프로그램을 확정하기 전 여론 조사를 통해 LA 한인들이 교육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운영되기를 바라고 있는가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한인의 92%가 교육원 설립이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자녀를 가진 사람의 90%가 여기서 실시하는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에 자녀를 보내겠다고 답했다.


또 꼭 필요한 사업으로는 62%가 한글 교육을, 59%가 한인 이민자가 미국 적응을 돕는 교육을 들었으며 그 다음으로는 영어 교육 54%, 예절 교육 53% 한국 관련 자료 제공 45%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 한민족 교육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교육원이 벌일 사업은 크게 두 가지. 하나는 한글을 비롯한 한국 문화의 전파고 또 하나는 LA 한인들의 문화 교육 사업 지원이다. 그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2세들의 한글 교육으로 한국 문화를 이해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글을 가르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한글 교육을 한 차원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 연수는 물론 ‘글짓기 대회’등 한글 장려 행사도 자주 벌일 계획이다. 정식 개관식을 하기도 전에 미리 한글 교사 연수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취지에서다.

지금 2세 한글 교육은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SAT II와 함께 중고등학생의 한글 교육열은 높아진 반면 1.5세 결혼이 늘어나면서 한글 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가 많다. 그러나 굳이 뿌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세계화시대에 외국어 하나쯤 배워두는 것은 취업 면에서도 유리하다.

어렸을 때는 한글에 관심을 갖지 않던 아이들도 대학에 들어가 자기가 한인임을 알게 되면 한글 배우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2세들이 어려서부터 흥미를 갖고 한글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교육원 측은 이외에도 한국에서 강사를 초빙, 국악, 전통 무용, 서예, 예절 등 한국의 문화를 알리는 각종 프로그램을 짜 놓고 이곳을 한국 문화 교육의 본산으로 삼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한국 정부는 건물 구입과 리모델링 비용 이외에도 연 70만달러의 강사비를 지원해 주는 등 이 사업에 상당한 관심과 지원을 보내고 있다. 한국 역사를 통틀어 한국 정부가 해외에 있는 한인들에게 이만한 배려를 하기는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의 국력이 커졌고 해외 한인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생겼다는 이야기다.

이 사업이 잘 되면 앞으로 뉴욕 등 미주 타 지역과 일본, 중국 등 타지역까지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A 교육원이 잘되느냐 못되느냐에 따라 해외 한민족이 한국 정부로부터 어떤 대접을 받느냐가 좌우되는 셈이다.

이곳은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2세들의 민족교육은 물론 한국에 관심 있는 미국인의 한국 학습장이나 주류 사회에 대한 한국 홍보 센터, 미국 내 한국학 지원 본부 등 다채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산고 끝에 태어난 교육원이 ‘외양만 번드르르 하고 내실이 없는 데다 내분으로 시끄럽다’는 소리가 나오느냐 ‘시설에 걸맞게 프로그램 내용도 충실한 성공작’ 소리를 듣느냐 여부는 LA 한인의 손에 달려 있다. ‘미주 한인과 한국 정부의 공동 사업 중 최대 성공작’이란 소리가 나오도록 교육원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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