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회교도는 반성하라

2002-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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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나 앨타하위/ 워싱턴포스트

나는 회교도다. 그러나 9·11 테러는 나의 신앙을 뿌리부터 흔들었다. 나는 회교도들이 이런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게 부끄럽고 이에 분노를 느낀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회교도들은 어떻게 우리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반성해야 한다. 미국이 외교 정책을 재검토하고 부패한 독재자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나 우리가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선 온건하며 자유주의적이고 진보적인 회교도들이 나서야 한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잠잠했다. 회교권이 이렇게 된 데는 성직자들의 책임도 있지만 우리 잘못도 크다. 회교가 평화와 복종을 의미한다는 성명을 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우리의 문제를 서구의 음모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기력증을 스스로 부채질하는 것이다. 힘은 반성하는 데서 나온다. 회교도들은 한 때 모로코에서 중국까지 회교권이었다는 사실을 자랑한다. 아비센나와 아베로에스 같은 대 철학자도 배출했다. 여성의 지위도 다른 어떤 종교에서 보다 높았다.

이는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업적만 자랑하고 단점을 돌아보지 않는 것을 나는 ‘피라미드의 저주’라고 부른다. 내가 카이로에 살았을 때 기자의 피라미드만 보면 자부심이 샘솟곤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것이 이집트의 과거를 상징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슬퍼졌다. 5,000년 전의 이집트인들이 이룬 것을 더 발전시키기는커녕 제대로 이해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어떤 사람은 내가 회교를 대표해 말할 자격이 있느냐고 따진다. 그렇다면 빈 라덴은 어떤가. 그는 정식 종교 교육을 받지 못했으면서도 회교를 대표한다고 자처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나를 대표하지 않는다. 나는 회교의 의미와 씨름하고 있는 회교도 여성이다. 나도 말할 권리가 있다.

10년 전 나는 신앙의 위기를 겪은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혁명적이라고 불리는 회교 학자들에게 관심을 돌린 적이 있다. 그들은 종교 개혁을 외치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회교의 종교 개혁을 위해: 민권, 인권, 그리고 국제법’을 쓴 에모리대 교수 압둘라 안나임이다. 그는 최근 나에게 향후 3년 간 회교권의 민주화를 위해 9명의 펠로우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고 편지를 보내왔다.

미국에 사는 회교도들은 목숨을 내걸고 이 문제를 토의할 수 있어 다행이다. 수단 정부는 수단의 종교 개혁가 모하메드 타하를 공개 처형했다. 그의 생각은 개혁에 대한 지지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근본주의자들 보다는 백 번 낫다. 지금 회교가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종교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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