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유 무역과 테러

2001-12-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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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라엘 브레이너드/ 뉴욕타임스)

최근 들어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미국 주도하의 반 테러 연합과 미국 의류업계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외교적으로는 승리를 거뒀을지 모르지만 국내 의류업계와의 싸움에서는 굴복하고 있다.
미국은 파키스탄의 협조를 얻기 위해 파키스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부채 삭감과 파키스탄 수출의 80%를 저하고 있는 의류 상품에게 서구 시장의 문을 열 것을 요구했다. 이 정도는 정당한 요구처럼 보였다. 전쟁으로 파키스탄 무역은 보험료 증가와 수송 지연 등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부시 행정부는 부채 삭감에 대해서는 약속을 지켰지만 수입 문호를 개방하겠다는 약속은 조용히 저버렸다. 국내 섬유업계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이를 강행할 경우 부시가 원하고 있는 자유 무역 확대 신속 협상권에 반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미국은 자유 무역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의류 분야에서만은 양보를 하지 않고 있다. 인도가 의류 상품에 대한 문호 개방을 선진국의 자유 무역 추진 의지의 시금석으로 삼겠다고 밝혔음에도 미국은 카리브 연안 및 중미 국가에 대한 무역 문호를 오히려 축소하고 있다.


의류는 지난 수십 년 간 선진국과 저개발국간 무역 개방 논쟁에 초점이 돼 왔다. 산업혁명을 일으킨 영국이 그랬던 것처럼 의류는 저개발국이 산업화를 이룩하는 징검다리다. 그럼에도 선진국들은 이 분야에 관해서 만은 개방을 기피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의류 관세는 다른 상품에 비해 3배가 높다.

의류 업계 종사자수는 지난 30년 간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더 이상 이를 확대할 경우 신발업계가 그랬던 것처럼 의류업계도 멸종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그러나 이로 인해 저개발국이 입는 피해는 선진국들이 주는 원조액의 2배가 넘는다. 저개발국이 빈곤에서 탈출하는 데 꼭 필요한 의류와 농업 분야만은 수출의 길이 막혀 있는 셈이다. 테러와의 전쟁이 성공을 거두려면 무역장벽을 낮춰 저개발국 국민들도 자유 무역의 혜택을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수백 만 명을 자유무역 체제에서 제외시키는 것은 정치적으로 값비싼 결과를 초래한 다는 것이 곧 분명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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