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탈레반 같은 부모들

2001-12-2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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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시각

▶ 마크 마타베인/USA투데이 기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은 독립적 사고를 멸시하기로 악명이 높다. 그런데 미국에도 그런 부류가 있다. 스스로를 사고와 윤리의 경찰쯤으로 생각하는 일부 부모들이다.

그들은 미 전국 커뮤니티마다 창립해서는 자기들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이 있는 책들을 고등학교 교실과 도서관에서 몰아내도록 요구한다. 그들이 금서 목록에 올린 대표적인 것을 들면 해리 포터 시리즈, 앨라배마에서 생긴 일, 컬러 퍼플, 허클베리 핀 같은 것들이다.

남아공에서 자란 나의 유년기를 담은 회고록 ‘카피르(남아프리카 한 흑인부족) 소년’도 그들의 금서 목록에 들어있다. 내가 7세 때 너무 배가 고파서 어떤 아이들을 따라 갔더니 그 아이들이 먹을 것을 얻기 위해 남자 어른들을 상대로 남창의 행위를 하려 해서 내가 도망 나온 장면이 있는데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들은 그 책이 ‘귀에 거슬리는 언어’를 쓰고,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인종격리 정책의 잔인함을 고발하는 그 책에서 내가 그 장면을 넣은 것은 어린 나이에 동년배 압력을 떨쳐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 일인지를 말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학대, 가난, 폭력과 죽음이 예사로 일어나고, 아이다운 순진성은 일찌감치 사라져 버리는 환경에서 그런 것은 매일 매일의 어려운 싸움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 책은 많은 고등학교에서 필독 도서로 권장되고 있고, 책을 읽은 수많은 학생들 중에서 그 장면을 문제삼은 학생은 거의 없다.

학부모로서 자녀들에게 권해지는 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자녀가 읽으려고 가져온 책이 마음에 안 들면 다른 책을 배당 받도록 학교측에 요구하면 될 일이다.

자기들의 취향과 윤리를 고집하며 전교생에게서 선택의 권리를 탈취해 버리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편협한 사고야말로 우리가 싸워서 물리쳐야 할 적이다. 독립적 사고의 등불을 꺼버리려는 그런 미국 탈레반 같은 무리에게 우리의 학생들이 공격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 독립적 사고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징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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