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빈 라덴 테입 공개

2001-12-12 (수)
크게 작게

▶ 미국의시각

▶ 뉴욕타임스 사설

백악관은 그동안 오사마 빈 라덴의 비디오 테입을 방송하지 말아달라고 촉구하더니 이번엔 그의 범죄행위를 입증할 증거라며 최근 확보한 비디오 테입을 공개할 방침이다. 입장을 번복하면서 다소 어색하게 됐다. 애당초 언론의 보도에 대해 간섭하지 말았어야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 비디오 테입에는 빈 라덴이 여객기가 국제무역센터를 들이받았을 때 곧 다른 비행기가 또 돌진할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들어있다며 확실한 물증임을 강조했다. 또 테러리스트들이 비행기에 오를 때 자살공격임을 모르고 임무를 수행했다며 웃는 빈 라덴의 모습도 들어있다고 밝혔다.

빈 라덴의 굴절된 시각을 90년대 말부터 공개해 경계토록 했다면 우리는 테러위협에 대해 보다 더 진지하게 대응했을 것이다. 이전의 테입에 대해 정부는 반미 선전용이나 추종자들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방송을 자제해 줄 것을 부탁했었다.

현 정부가 잘못하는 것은 비록 간접적이고 공손한 방법을 쓰긴 했지만 언론을 통제하려 한 점이다. 정부가 싫어하는 정보는 알려지지 않도록 하고 원하는 정보만을 공개한다면 옳지 않은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언론자유에 대한 확신을 결여한 시각이 더 큰 문제다. 언론은 빈 라덴 테입의 가치에 대해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 미국민도 그가 무슨 말을 하든 충분히 소화해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