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가니스탄 재건 앞장서야

2001-12-0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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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니콜라스 크리스토프/뉴욕타임스 칼럼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있는 영국 대사관에서 얼마전 분위기 좋은 리셉션이 있었다. 대사관측은 맛난 스웨덴 미트볼, 과일 주스 등을 준비해 놓았으며 참석자들에게 총상을 입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많은 외교관들과 취재진이 카불에 몰려들어 인터콘티넨탈호텔은 내년 2월까지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아야 할 형편이다. 차량폭탄 위험 때문에 호텔에서 100야드 지점까지 짐을 직접 들고 들어가야 하는데도 말이다.

외국인이 100달러짜리 지폐다발을 갖고 카불을 방문하자, 주민들은 신이 결국 자신들 편에 섰다고 믿으며 반기고 있다. 현지에 있는 동료들에게 돈, 위성전화, 카메라 3대 등을 전해주려 카불 북쪽에 있는 바그람 공항에 내렸다. 그리고 공항에서 택시를 탔다. 운전기사는 다행히도 나를 강탈하지 않았다. 대신 카불까지 150달러를 요구했다. 황량한 땅위에 파괴된 건물, 탱크, 다리, 그리고 지뢰밭 사이로 달리니 그런 대로 괜찮은 경험을 한 셈이다.

아직 카불에 북적대지 않는 외국인은 미국정부 관료뿐이다. 다른 주요국들은 벌써 대사관을 설치하기 위해 외교관들을 파견했는데 미국 외교관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이처럼 늑장을 부리는 것은 10년전 아프간을 침공한 소련을 격퇴하고서도 아프간 정부 수립에 간여하지 않아 주민들의 배신감을 샀던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미국은 당시 아프간 정파들이 나라를 재건하도록 돕지 않아 결국 테러의 온상이 되도록 방치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1주일 전쟁수행 비용이면 아프가니스탄을 재건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동된 견해인데 말이다.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과 알 카에다를 격파하고 미군을 신속히 철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은 너무 허약하다. 대규모 재정지원을 하고 정정 안정을 확보하며 각 정파들이 협력하지 않으면 안되게끔 미국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다. 미국은 해병대 진군을 위한 전진기지 구축엔 민첩하게 행동했으나 아프가니스탄 재건을 위한 외교적 전진기지 구축엔 무관심한 듯하다. 우리 외교관들은 멀리 독일의 본에 머물고 있는 형국이다.

아프간 주민들은 안정을 위한 방안을 기대하고 있지만 부시 행정부는 미군은 물론 유럽군의 주둔에도 반대했다, 그러다가 본에서 열린 협상에서 유럽 외교관들의 설득으로 소규모의 유럽군 주둔을 허용하는 선으로 물러섰다.

아프가니스탄 북부 우즈베키스탄 접경지역에는 기아선상에 헤매는 난민들이 대거 몰려있다. 하지만 안보를 우려한 우즈베키스탄이 구호품 전달로를 차단하고 있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콜린 파웰 국무장관이 사태해결을 위해 수일 내 현지를 방문해 교량을 열어주도록 촉구할 계획이지만 우즈베키스탄의 안보까지 책임지지는 않을 방침이라고 한다. 미국은 교량폭파를 요청 받았다면 주저 없이 처리했을 것이다.

워싱턴은 신변안전을 우려해 관료들을 카불에서 철수시켰다. 카불 길에 인접한 주택에서는 발코니에 총기를 소지하고 있지만 나는 동네 마켓에서 산 ‘켈로그 크런치 넛 콘’ 시리얼로 아침을 먹었다. 카불은 미정부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 않다.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미국이 ‘파괴하는 리더십’뿐 아니라 ‘재건하는 리더십’도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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