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티파다’는 끝났다
2001-12-06 (목)
▶ 미국의 시각
▶ 토마스 프리드먼/뉴욕타임스 칼럼
팔레스타인의 인티파다(Intifada: 민족운동)는 이제 끝장났다. 정치적 지향점을 상실한 채 시민을 타겟으로 한 살인적 폭력을 추앙하는 오사마 빈 라덴주의에 ‘팔레스타인 민족운동’이 그 자리를 빼앗겼다. 이스라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최근 폭탄테러가 이를 말해준다.
인티파다는 출발부터가 잘못됐다. 웨스트뱅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의 90% 이상을 넘겨주겠다는 제안이 팔레스타인들의 성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100% 양도를 설득하는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어야 했다. 2주전만 해도 이스라엘 국민의 60%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을 인정하겠다고 답했고 부시 대통령도 이 구상을 지지한다고 공표했었다.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립에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정부가 반대했다면 그는 이스라엘 국민의 심판을 받고 물러날 형국이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은 하마스 지도자 피살에 대한 보복으로 자살폭탄 테러를 선택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최우선 목표는 독립국가가 아니라 피의 보복임을 드러낸 것이다.
웨스트뱅크,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전부를 얻으려던 인티파다는 이스라엘을 완전히 제거하려는 빈 라덴주의로 변형됐다. 아랍권에서도 이같은 변형의 위험성에 대해 지적하고 있다. 요르단의 한 신문이 "팔레스타인 독립국가에 대한 세계의 지지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자살테러 행위는 대의명분을 약화시킬 뿐이다"고 비난하고 나선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랍권의 지도자들은 이런 현실을 인식하면서도 팔레스타인들에 진실을 말하길 주저하고 있다. 슬픈 일이다. 군사시설 및 군인에 대한 저항이나 평화안에 대한 반대를 무고한 어린이들을 죽이는 테러와 구분하지 못한다면 미국과 아랍의 진정한 토론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의 즉각적인 보복을 무조건 지지한 백악관의 반응이 이를 입증하지 않았던가.
한편 샤론은 아랍과 세계에 이스라엘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나라를 지킬 것을 천명했다. 그러나 샤론은 아라파트를 제거하려 해선 안 된다. 이는 팔레스타인들의 몫이다. 다만 샤론은 팔레스타인이 지금과 다른 리더십을 선택하고 대화에 응하면 합당한 평화협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스라엘을 비난하지만 말고 팔레스타인들에게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에게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인정하라고 촉구하듯이 말이다.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가 팔짱만 끼고 수수방관한다면 팔레스타인 민족운동은 하마스, 이슬람 지하드 등 과격 폭력단체에 눌려 버릴 것이다. 그러면 미국은 이스라엘의 문제 지역 점령을 자기방어의 일환으로 간주할 것이고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은 물 건너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