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세 가지 틈새

2001-11-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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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 포먼 칼럼.

▶ <샌프란시스코주립대 교수>

세상을 오래 살수록 나와 젊은 세대와의 사이에 틈새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된다. 대화 중에 아들이 존 케네디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역사책에서 읽어 주었다. 내가 케네디 대통령 시절을 추억하며 그 당시의 일들을 신나게 이야기하자 아들은 "아버지가 그 옛날 그 시대에 정말로 살았어요?" 하는 표정을 지으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케네디 시절이 아들에게는 역사이고 나에게는 추억인 것이다.

대화가 지속되면서, 아들이 조지 클린턴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언급하였다. 빌 클린턴의 친척인가 싶어 아들에게 물었다. "빌의 동생이 조지니?" 하고 진지하게 물었더니 또 다시 아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조지 클린턴은 펑크 음악분야에서 중요한 인물이라 한다. ‘펑크델릭’ ‘팔라폰’하면서 유명한 펑크 록 그룹 이름을 아들이 신나서 말할 때 세대차이를 절실히 느꼈다.

아들과 나와 사이에 세대차이로 인한 대화에 틈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미국에서 태어나서 성장한 아들과 나는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로가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팀 이름을 대며 대화할 수 있고, 어색한 미국고등학교 시절의 비슷한 경험을 나눌 수가 있다.


나의 아내는 문화차이와 세대차이의 이중적인 간격을 뛰어 넘어야 한다. 케네디 시절에 나는 텔레비전과 야구게임에 열중하면서 성장하는 동안 아내는 전기도 수돗물도 없는 한국의 조그마한 마을에서 성장하였다. 그녀의 유년시절은 나와 나의 아들의 유년시절과 판이하게 다르다. 마을에서 처음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가졌던 아내의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였다. 작은 사람들이 트랜지스터 안에서 살고있다고 믿는 할아버지의 말에 반신반의하였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지난여름에 아프리카 선교 오리엔테이션에서 담당자가 한인 학생들에게 아프리카 화장실 시스템을 이야기하며 땅에 구멍을 파고 일을 보아야 한다고 하며, 아마 아프리카 여행 중 그 일이 가장 큰 도전일 것이라며 의미 있는 미소를 지었다. "정말이에요?" 하면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는 웃음을 참아야 하였다. 70년도에 한국에 나갔을 때 나 역시 한국의 변소시설을 기억하고서이다. 한 세대 전만 하여도 한국에서 모두들 구멍에 일을 보아야 하였다.

삼중으로 간격의 차이를 극복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나의 처남의 경우이다. 그는 나처럼 세대차이를 느낄 것이고 아내처럼 문화차이를 느낄 것이며 더불어 언어차이까지 겪어야 한다. 나와 동갑인 처남은 한국에서 40대 후반에 미국으로 이민 왔다. 그의 아들은 초등학생일 때 미국에 왔고 그는 10년 후에야 미국으로 왔다. 조카는 한국말을 잘 못하고 처남은 영어를 잘못한다. 부자간의 사랑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그들 사이의 대화가 어렵다.

세가지 차이 중에서 언어차이가 가장 극복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나이든 부모는 열심히 영어를 배우도록 노력하고 자녀들은 한국말과 한국전통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을 하여 언어 차이의 간격을 좁히는데 서로 노력하여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나의 두 아들이 대화하는 것을 보면 그들 사이에는 아무 간격도 없는 것 같다. 세대차이도 문화차이도 언어차이도 없기에 그들은 같은 주파수로 통화를 한다. 아들과의 대화에서 세대차이를 점점 더 느끼게 된다. 아내는 세대차이와 문화차이로 인한 더 큰 간격을 넘어 뛰면서 아들과 대화를 하여야 한다. 나의 아들이 외할머니를 방문할 때 세 가지 차이를 경험한다.

그러나 그 차이에서 오는 간격을 메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할머니와 손자가 웃으면서 서로를 껴안을 때 세 가지의 차이로 인한 틈새는 금새 사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랑은 차이에서 오는 간격을 메워 주는 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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