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생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 대해 올바른 생각을 갖고 있다면 그것은 학교에서 배워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미국 대학 이사 및 동문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는 미국 명문대생들이 얼마나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울한 얘기를 하기 전 좋은 뉴스가 있다. 그것은 미군에 대한 무조건 적대감을 포함한 온갖 이중적 잣대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현실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9·11 테러 이후 좌파성 교수들에 의해 주도된 반전 캠페인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 대다수는 이번 전쟁의 정당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라마단에 구애받지 말라’고 하버드 교지 크림즌은 사설로 썼다. 컬럼비아에서는 학생들이 전쟁을 지지하는 학생들로 구성된 ‘승리를 위한 연합’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컬럼비아 교지인 스펙테이터는 로이터통신을 강력히 비난하는 기사를 실었다. 로이터통신 대표는 최근 ‘한 쪽에서 보면 테러리스트지만 다른 쪽에서 보면 자유의 투사일 수 있다’는 이유로 ‘테러리스트’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했다.
학생들이 이런 상식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학생들에게 역사 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시급한 일이다. 미 대학 이사 및 동문협회는 ‘가르치지 않은 것은 잊혀지며 잊혀진 것은 지킬 수 없다’고 명쾌히 역사 교육의 필요성을 밝히고 있다. 린 체이니가 설립한 이 단체는 학문의 자유와 높은 교육의 질을 지지하는 학자와 사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 협회가 로퍼사에 의뢰해 발표한 수치는 충격적이다. 이에 따르면 미 55개 명문대 중 서구 문명사를 필수 코스로 하고 있는 곳은 컬럼비아, 콜게이트, 사우스대 등 3곳뿐이다. 미국사를 필수로 하는 곳은 하나도 없다. 앰허스트, 예일, 듀크, 스탠포드, 다트머스, 라이스, 미시건대 등 졸업생들은 학교를 졸업할 때 입학할 때와 똑같은 수준의 역사 지식밖에는 갖추지 못한다.
다른 학교들은 역사 코스를 의무화하고는 있으나 사실은 유명무실하다. 고등학교에서 역사 코스를 수강했거나 대체 코스를 듣는 것으로 때울 수 있다. 버클리에서는 고등학교에서 C 이상 받은 사람은 역사를 들을 필요가 없으며 MIT는 환경 정책 코스를 들으면 역사는 수강할 필요가 없다.
이런 형편이니 미국 대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무지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부’가 게티스버그 연설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아는 대학생은 22%에 불과했다. 명문대생의 과반수가 권력 분립의 원칙이 연방 헌법에 근거한 것임을 모르고 있었다. 추수감사절이 있는 이번 주에 마그나 카르타가 메이플라워를 탄 필그림들에 의해 작성됐다고 믿는 학생들 수치는 공개하기도 창피하다.
‘벌지 전투’가 제2차 대전 중 일어났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10명중 4명에 불과했으며 미군 독립전쟁을 승리로 결정지은 요크타운 전투를 이끈 사람이 조지 워싱턴이었다는 것을 맞춘 사람도 34%에 지나지 않았다. 37%는 그랜트 장군이라고 답했다.
서구적 가치에 적대적인 압력 단체에 굴복해 온 대학 당국은 이제라도 젊은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와 문명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