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해리 포터 열풍

2001-11-2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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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소설을 영화화한 ‘해리 포터: 마술사의 돌’이 개봉 첫 주에 사상최대 관객동원 기록을 수립했다. 관객의 대다수를 차지한 어린이들이 이같은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난 주말 9,03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경우 숫자는 영화의 수준만큼이나 중요한 문화적 의미를 지닌다. 관객 수는 엄청나고 열렬한 팬, 그리고 해리 포터를 전 영역에서 상품화한 AOL-타임워너의 시너지 효과를 측량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다.

지난 주말 놀랄만한 기록을 올린 것은 영화 내용보다는 원작자 J.K. 롤링의 시리즈 1권을 2시간20분짜리 영화로 편집해 사람들을 극장으로 대거 끌어 모은 능력을 입증한 것이다. 실제 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면 보는 관객에 따라 감흥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성인이나 영화비평가들에게 이 영화는 원작을 그대로 필름에 담은 것에 지나지 않는 미지근한 작품으로 여겨질 수 있다. 원작을 그대로 본뜬 내용의 영화가 어린이들을 반드시 사로잡을 수는 없겠지만, 본뜬다는 것은 어린이들의 호감을 살 수 있는 전제조건이다.

자녀에게 해리 포터 원작을 읽어준 경험이 있는 부모는 어린이가 반복적인 것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어린이들의 이같은 반응은 문제가 아니라 분명 가치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어른들도 어릴 적 동화책을 되풀이 읽으면서 흥미를 가졌던 것을 회상해 본다면 말이다. 중요한 것은 반복을 통한 친밀감이 상상력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는 점이다.

’해리 포터’ 영화를 본 전국의 어린이들이 발견한 것이 바로 이 친밀감이다. 영화 내용 중 어떤 것도 어린이들의 상상세계 탐닉을 방해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해리 포터’ 영화가 한편의 영화로서 그들을 만족시키길 기대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에게는 이 영화가 마음을 느슨하게 하고 상상의 세계로 들어갈 있도록 돕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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