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아프간 여성을 반테러 대열에

2001-11-1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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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이 지난 96년 카불을 탈환했을 때 서방 세계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을 피해자로 여겼고 그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피해자가 아닌 ‘동지’로 봐야 한다. 아프가니스탄 소식은 북부동맹군이 환호하고 탈레반이 퇴각하는 것이 주종을 이룬다. 그러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부르카로 덮어 쓴 여성들에 관한 뉴스 또한 놓칠 수 없는 것이다.

탈레반 정부에서 보듯 테러리즘은 여성을 억누르고 무시하는 사회에서 배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폐허 속에서 다시 일어날 새 정부는 여성의 참여를 통해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여성이 미국이 가장 원하는 오사마 빈 라덴을 넘겨주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장기적으로 테러의 토양을 씻어낼 수 있는 여성의 역할이 필요로 하고 있다. 일례로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억압적 유산에도 불구하고 이란 여성 표가 개혁파 모하메드 하타미 대통령의 선출을 가능하게 한 점을 들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2대 정당의 여성 지도자들이 다카에서 열린 테러와의 전쟁 공조 캠페인에 동참한 것이나, 인도네시아 여성 대통령인 메가와티가 부시 대통령과 만나, 자국 내에서의 반미시위에도 아랑곳 않고 반테러 대열에 서겠다는 것을 천명한 것도 좋은 보기다.


국민 대다수가 무슬림인 국가의 지도자가 이슬람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테러리즘과 손을 끊고 미국과 손을 잡는다는 것은 위험한 줄타기다. 그래서 미국의 도움이 긴요한 것이다. 우선 아프간 난민 여성과 소녀들을 교육시키는 일이다. 아프간 사회를 근본적이고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유엔과 비정부 단체들이 이 일을 수행할 수 있다.

재정지원도 수반돼야 한다. 그러나 그 보다도 단순히 여성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인식보다는 여성들이 보다 안전하고 나은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인식이 요구된다. 이슬람 세계에서 여성의 참여를 신장시킴으로써 테러 대신 절제와 중용의 분위기를 퍼뜨릴 수 있을 것이다.

스와니 헌트·크리스티나 포사/LA타임스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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