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비민주적 발상
2001-11-17 (토)
테러리스트를 비밀 군사법정에 회부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계획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 계획이 외견상으로는 매력적이라는 점이 사안을 더욱 위험하게 한다. 부시는 테러로부터 미국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법을 지배라는 미국의 가치와 원칙을 손상시키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이같은 계획은 법무부가 교도소의 일부 수인과 변호사간의 대화를 도청할 생각이라는 발표에 이어 나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정부는 혐의도 밝히지 않은 채 수백명을 감금하고 있으며 그들의 신원공개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추종자들은 천인공노할 죄인들이지만 그들을 처리하는 절차가 법의 정신과 삼권분립과 균형이란 측면을 도외시한 상태에서 마련되면 바람직하지 않다. 공정한 재판과 합당한 절차 대신 조악하고 무책임한 제도를 대체한다면 이는 독재자들이 숭앙하는 바이다.
민사법정은 테러리스트들을 다룰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으며 이는 지난 98년 아프리카 미대사관 폭파범들에 대한 뉴욕법정에서의 유죄평결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비밀 군사법정을 사용하면 이슬람 세계에 걸려 있는 미국의 국익을 훼손할 것이다.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재판의 신뢰성에 의혹이 생길 것이고 미국의 민주제도에 대한 믿음도 떨어질 수 있다.
보다 나은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 테러범들을 국내에 데리고 왔을 때 또 다른 테러가 우려되어서라면 발칸전쟁 전범들을 처리하듯 유엔안보리로 하여금 국제법정을 구성해 여기서 처리하는 게 좋을 것이다. 국제법정의 절차는 효과적이고 정당하다며 세계로부터 인정을 받는다. 슬로보단 밀로셰비치를 이 법정에 세울 수 있다면 오사마 빈 라덴도 못 세울 것도 없지 않는가.
뉴욕타임스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