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기 잡았을 때 때려라

2001-1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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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전쟁 어떻게 되나

▶ (랠프 피터스/ 월 스트릿 저널)

전쟁 중 무너진 군대보다 퇴각하다 박살난 군대가 더 많다. 전투에는 졌더라도 전의는 살아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전의를 상실한 군대는 일순간 오합지졸로 변하고 만다. 이 때를 이용하는 것이 군사적으로 가장 큰 전과를 거둘 수 있다. 그 때가 지금 눈앞에 다가와 있다.

지금 북부 지역 내 탈레반 군은 와해 상태며 미군이 북부 동맹의 추격을 돕고 있다. 이 모멘텀을 살려 탈레반 군의 전의를 상실케 함으로써 오사마 빈 라덴 일당을 보호하고 있는 주력부대를 궤멸시켜야 한다. 전쟁이 끝나려면 몇 달 더 걸려야 할지 모르지만 이 순간이 끝의 시작일 수 있다.

전쟁 중 온건을 외치는 외교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서는 안 된다. 북부 동맹의 카불 입성에 반대하는 넌센스를 저지른다면 탈레반을 와해시킬 수 있는 챈스를 잃게 된다. 카불 점령은 아프가니스탄 남부 파시툰 족의 반발을 사기보다는 탈레반의 과거 지지자들로 하여금 연정에 참여시키는 협상 도구가 될 수 있다.


카불 장악은 아프간 장악의 상징이다. 카불을 적군의 손에 남아 있게 해서는 안 된다. 북부 동맹은 카불에 들어가지 안겠다는 약속을 깨고 카불에 진입할지 모른다. 그들의 판단이 우리보다 낫다. 그들은 적이 쓰러졌을 때 후려쳐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걸프전 때 바그다드까지 진격할 힘과 모멘텀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외교관들의 만류로 포기했다. 그 결과 지금 이라크는 세계의 암적 존재로 남아 있다. 북부 동맹의 진격을 저지해야 한다는 발상은 이와 똑같이 어리석다.

전쟁은 이기고 봐야 한다. 적은 무찔러야 할 대상이지 타이를 상대가 아니다. 적을 무찌를 때는 적이 와해 상태에 직면했을 때다. 바루스가 이끄는 로마 군에서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 군에 이르기까지 전의를 잃고 도주하는 군대는 쉽게 파멸한다. 지금이 적을 칠 때다.

전쟁은 예측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북부 동맹의 힘이 남아 있는 한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한다. 아프간 인들은 전통적으로 승자 편에 붙는다. 북부 동맹이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힘이 약화되기보다는 오히려 병력이 늘어나고 사기가 충천할지 모른다.

향후 전투 상황이 북부 동맹에게 참패를 가져다 줄 지는 모르지만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전투를 펼쳐 왔다. 이제 와서 전의를 흩으러 트려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적을 격멸하는 일이다. 지난 10여 년 간 우리가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부분적인 승리는 달콤한 맛만 있는 패배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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