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범 아프간 정부’ 수립해야

2001-11-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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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간전쟁 어떻게 되나

아프간 반군인 북부동맹이 12일 카불에 입성했다. 이는 탈레반 지도자들을 교체할 정치적 프레임을 보다 신속히 짜야 함을 일러준다. 북부동맹군이 짧은 시일에 장악한 영토를 언제까지 지킬 수 있을지는 속단할 수 없다. 남부 지역에서는 탈레반과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아프가니스탄에 새 정부를 구성하는 일이다. 새 정부는 남부에 거주하는 다수 푸쉬툰족과 북부에 사는 소수 타지크, 하자라, 우즈벡족을 고루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소수계가 전권을 장악하거나 잔혹한 보복이 자행되면 끝없는 전쟁을 낳을 뿐이다.

새 정부는 외국에 의해 수립됐다는 인식을 주어선 안될 것이다. 소련과 이란이 북부동맹을 지원하고 있는 것도 한가지 문제가 될 수 있다. 1979년 소련의 침공에 맞서 10년간 싸워온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에겐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북부동맹이 카불에서 행한 잔혹한 행위도 바람직하지 않다.


최선책은 유엔이 망명중인 모하마드 자에르 샤 전왕을 내세워 범국민적 정부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북부동맹 지도자들은 자신들 스스로 새 정부를 만들 자신이 없음을 종종 비쳤다. 탈레반 정권 이후의 정국을 위해 다른 세력과의 연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같은 범국민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국민들뿐 아니라 반테러 국제연대에도 긴요하다. 카불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고 해서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오사마 빈 라덴을 처단해야 하고 그의 알 카에다 조직도 분쇄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새 정부는 테러리스트를 비호해서도 안되고 마약거래를 허용해서도 안 된다. 탈레반 정권이 국내 정치에서 실패한 것들을 찾아 메워야 한다. 새 정부가 구성되기 전에 유엔을 중심으로 한 인권구호단체들은 생필품이 없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아프간 난민들에게 인도주의에 입각해 즉각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번 전쟁이 아프가니스탄 주민이나 이슬람과의 전쟁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임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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