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나마나한 선거

2001-11-08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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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월스트릿 저널 사설)

1년 후 미국인들은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는 생각을 하며 투표장으로 갈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표를 던지기 전 그 결과는 대부분 정치인들에 의해 결정돼 있다. 그 이유는 선거구 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저질러지고 있는 정치 스캔들 때문이다. 10년마다 각 주의 정치인들은 연방 하원 선거구를 재조정한다. 올해 그들은 예전에 볼 수 없었던 뻔뻔함과 치밀함으로 선거구를 다시 짜고 있다. 그 결과 435석의 연방 하원 의석 중 결과가 예측 불허인 곳은 30곳에 불과하다.

선거구 조정은 미국 민주주의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하원은 민의를 가장 잘 반영하는 기구여야 하는데 이제는 거꾸로 상원이 민의를 더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주 전체 선거구를 조작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선거구 조작은 1812년 게리맨더링이란 말이 생긴 이래 있어 왔지만 이제는 컴퓨터의 발달로 한 길 양쪽 주민의 정치성향이 어떤 지까지 정확히 알아내 차창에 부딪쳐 박살난 벌레 흔적 같은 선거구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게 됐다.

양쪽 정당 모두 마찬가지지만 올해는 공화당이 하원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주지사가 많은 공화당이 자신에게 유리하게 판을 짜려는 경향이 심하다.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대로 의원들에게 자기 이해가 걸린 선거구 조정을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직접적 이해관계가 없는 전직 의회 지도자들에게 이를 맡기는 것이 옳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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